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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SBS 勞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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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14-06-27 09:40:39
조회수
1090
‘문전처리 미숙’, 결정을 지어야 할 중요한 때에 우왕좌왕 하다가 때를 놓치거나 엉뚱한 곳으로 공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오래도록 한국 축구의 병폐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 서글픈 말이 SBS를 향한 세간의 입방아 소리라는 데 무어라 변명을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제작과 보도부문 사건들을 보면 ‘문전처리 미숙’은 물론 ‘2%가 부족하다’는 오래 된 광고의 대상이 된 느낌이다.
세월호 참사 내용을 다루고자 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 승인 번복과 지연, ‘SBS 8 뉴스’의 세월호 참사 성금모금방송, 그리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관련 동영상 기사 누락 사건이 그것이다.

세월호 참사 후 정부는 부담을 덜고자 이제 그만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모 지상파 방송은 뉴스의 시선을 돌리려고 성금모금방송을 기획했다가 비판에 못 이겨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 중에 SBS는 세상 형편도 모르고 성금모금방송을 하는 통에 무능한 정권과 약삭빠른 기업의 홍보원 노릇을 한 꼴이 되었다.

가해자가 분명한 일에 성금을 모아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은 가해자를 숨겨주고 책임을 분산시켜 그 죄를 가볍게 만든다. 도리어 청해진 해운과 인명구조를 해태한 정부의 책임을 묻어 이들에게 배상책임이 있음을 파고드는 것이 할 일 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세월호 참사관련 프로그램 제작 지시 번복과 총리 후보자의 발언 내용에 대한 검증 기사 누락은 전형적인 권력형 내·외부 압력의 수용이거나 자기검열 결과다.
이웃 지상파 방송들이 권력에 주눅이 들어 왜곡, 편파방송을 일삼을 때 SBS는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다. 공정방송, 일등방송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을 터였지만 문전처리 미숙한 2% 부족 방송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에게 의제를 확산시키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매체다. 그래서 방송 언론은 중요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왜곡과 편파는 조금이라도 비평의식을 갖춘 시청자라면 인지한다.
그러나 기사를 누락시키는 의도적 의제 실종은 국민들에게 정보를 차단시켜 무지로 몰아넣어 다종다양한 권력에 대한 비판을 원천 봉쇄한다.

SBS는 일등방송을 지향해왔다. 그러나 그 일등방송의 수준은 만족할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진정 SBS가 지향해야 할 방송은 겨우 과락을 면한 방송들 틈에서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질서와 발전에 필요한 의제를 찾아내어 진실을 확산하는 백점짜리 방송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SBS가 오늘 이 염치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방송언론으로서 업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내외에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책임 있는 선언과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는 무엇보다 무겁고 중요하다.
작성일:2014-06-27 09:4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