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아무개 차장은 회의 자리에서 비상 경영에 대해 질문을 했다가
본부장에게 혼쭐이 났다.
"비상 아니라니까 왜 자꾸 비상이라고 해. 긴축이라고 긴축. 지금은 긴축경영이야!"
지난 7월 1일, 경영기조재검토안이 선포됐다. 회사에서는 현 상황을
'비상'이 아니라 '긴축'이라 부르라고 했다. 사실 지상파가 위기를 맞았다고
2008년에 선포한 비상 경영도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그 후로는 일상이 곧 비상이기 때문에 지금 시행한 조치들은
비상에 '긴축'이 더해졌다는 얘기이다. 바꿔 말하면 경영진이 특별히 책임질만한
어떤 실수 혹은 실패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외부 시장 사정이 그러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긴축경영’이라는 용어 속에는 그런 변명도 숨어 있는 셈이다.
지난해 층층마다 벌어진 리모델링 공사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다른 필요한 것들이 더 많은데, 왜 쓸데없는 곳에’ 부터
‘누구 보기 좋으라고 난리굿’이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한 층마다 7,8억 씩 든다고 했다.
주주배당금이라는 것이 있다. 이익금 일부를 주주들에게 지급 배당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몇 년간의 SBS 주주배당금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년도 당기순이익 주주배당금 배당성향(%)
2011 580억 3천 136억 8천 23.6
2012 288억 9천 109억 5천 37.9
2013 266억 5천 109억 5천 41.0
(기업 공시자료)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금액을 주주들에게 돌려줬다는 의미다.
아시다시피 SBS의 최대주주는 34.7%를 소유하고 있는 SBS 미디어홀딩스이다.
참고로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17.1%, 코스피 200 기업도 24.5%에
불과했다. 작년에 SBS보다 배당성향이 높았던 기업은 SK텔레콤, 삼성물산,
S-Oil 단 3곳, 배당성향으로만 볼때 SBS는 세계적 기업임에 분명하다.
주주들에게 너무 많은 현금을 나눠주고 있지 않은가.
지상파의 위기가 고착되고 있는 이 비상 경영 시기에 말이다.
회사의 설명대로 경영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더 심각해질 거라면
현금 배당을 늘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남은 이익금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는 회계사에게 물어보니 위기 상황의 경영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둘 중 하나다. 그동안 SBS는 위기가 아니었거나, 위기임에도 위기인 줄 모르고
경영을 했거나. 사실 나는 둘 중 뭐가 맞는지 경영은 잘 모르겠다.
비상이 맞는 단어인지 긴축이 맞는 것인지도. 하지만 왠지 이번에 회사가
꺼낸‘긴축경영’이라는 말에는 어깃장을 놓고 싶다. 그래서 소심하게 결심을
하나 했다. "나는 앞으로 절대 긴축 경영이란 말을 쓰지 않겠다." 그럼 이제 뭐라고 부르지? 거시기? 작성일:2014-08-05 09:5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