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후 20년간 SBS는 언제나 위기요 비상이었다.
남은 이익금을 사원들과 나누면서도 언제나 '앞으로는 위기다'라는 말과 함께였다.
하지만 최근 그 위기의 주범은 언젠가부터 보수를 너무 많이 받아가는 사원들로
몰리고 단 한 번도 경영진의 책임은 언급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창사 초기엔 인재를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창업주의 마음 씀씀이가
방송현장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러나 미디어홀딩스 체제가 이루어지면서 이런 따뜻한 소식 대신
비용에 대한 이야기만 들리고 있다.
경영진은 소위 대주주의 뜻이라며 조직을 와해시키는 위험한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고 책임을 져야 할 순간에는 그 대주주들의 뒤에 숨어버렸다.
이런 조직문화는 회사 곳곳에 스며들어 어느새 SBS 상층부는 고위공무원들같은
쿰쿰한 관료화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창사 초기와 같은 도전 정신,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회사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그저 비용대비 수익성 높은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얄팍함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제작진의 자율성과 방송의 공공성이란 사전적 의미로만 쓰일 뿐
온통 영리 제일주의가 조직을 가득 채워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고 한다.
방송 제작은 그 어느 예술 못지않게 창의성을 우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같은 창의성은 강제하고 규정한다고 발휘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율성이 커질 때
더 나은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미래를 향한 SBS의 눈은 구글의 창의성과 혁신만 바라볼 뿐
구글의 직원 문화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얄팍한 꼼수로 직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생각은 뿌리 깊은 신뢰속에
자율성이 빛을 발하던 SBS 노사문화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다른 지상파들이 공공성 문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열심히
앞서 나가기는 커녕 상대적 우월감에 빠져 지금 순간에 안주하고 있다.
세월호 같은 엄청난 참사가 터지고 나서야 원칙을 찾자고 허둥지둥하고,
종편과 비교되기까지 하면서 현업 기자들은 웃음거리가 됐다.
잘나가던 예능과 교양, 드라마 역시 저비용 고효율의 늪에 빠져 경쟁 하위권을
밑돌고 있다.
대체 무엇이 비상이고 무엇이 위기인지 분명하게 짚어보자.
인재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 비용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문화,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일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문화,
겉으로는 창의성을 요구하면서 획일을 강요하는 문화,
그것이 현재 SBS의 민낯이라고 한다해도 지나친 주장인가?
위기의 극복은 더 다양한 논의의 장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꾸준히 뒷걸음질하고 있는
SBS의 조직 문화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 이 자체가 SBS의 진짜 위기다. 작성일:2014-08-26 08:5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