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룸의 경영권을 둘러싼 정 씨 일가의 결전은 흥미로운 드라마 그 자체였다. 정몽헌 회장으 ㅣ해외출장을 틈타 이뤄진 정몽구 회장의 승부수가 정몽헌 회장의 귀국직후 몇 시간만에 급반전되고, 이를 다시 번복하는 소동이 이뤄지다 결국 왕 회장에 의해 정리되는 과정은 인기 최고의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사건의 연속이었다. 불구경과 쌈구경은 내 집과 내 일이 아니면 재미있다고 했던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의 경영권 문제가 주주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왕 회장의 친필 사인 문제로 비화되고, 결국은 왕 회장의 육성 녹음에 의해 마무리 되는 현실은 한국식 족벌경영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외치고, 전문경영인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한국절 현실에서는 역시 공염불일 따름이다, 능력보다는 핏줄이 우선이고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실한 선에 줄을대고 있어야 한다. 또, 상황이 안좋을 때는 감옥에까지 갈 정도로 몸을 바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어려울 때 도망갈 궁리를 하면 괘씸죄로 언젠가는 처단당하게 돼 있다.
현대의 문제는 그러나 비단 현대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하는 SBS도 속사정이 그리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SBS가 현대와 다른 점은 후계구도에 대한 권력 다툼이 없다는 점 정도라고 할까?
물론, 회장의 아들이라고 해서 후계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회장의 아들이라고 해서 배제되야 한다면 이는 또다른 역차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장의 아들이 후계자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2세가 회장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본인의 이름으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SBS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은 무었을 말하는가? 여기에는 물론 경영 능력이 중요하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방송 환경 속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중요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BS에게는 더 중요한 특성이 있다. SBS는 건설회사가 아니라 언론사라는 점이다. 따라서, SBS를 이끌 사람은 언론사로서의 SBS, 국민의 공기인 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SBS의 책임과 사명을 인실하고 있어야 한다. 또 이와 관련한 비전을 사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민 씨가 SBS에 대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후계 구도 정립에 앞서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작성일:2000-04-04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