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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PR 전쟁..홍보국을 홍보하라!
"얘야 요즘은 자기 PR 시대란다"
유치원 발표회날 앞에 나가 자기 소개도 못하고 쭈뼛거리는 나에게 들렸던
어른들의 말씀이다.
그 때는 당연히 무슨 말인 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을텐데 사실 이게 벌써 30년이
훌쩍 넘은 얘기다.
그 당시가 '자기 PR 시대'라면 지금은 뭔가? 아마도 '몰래 PR 시대'인 듯 하다.
가장 유명한 포털사이트의 초록색 검색창을 열어 아무말이나 쓰면 지식검색부터
블로그, 카페, 관련 뉴스로 줄줄이 이어진다.
그런데 요즘 나 자신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홍보성 기사보다
블로그 글이나 카페글이 더 객관적이고 자세한 정보에 신뢰감까지 느끼는 게
현실이다. 이제 은근한 PR이 필수적인 시대라는 얘기다.
방송국의 PR은 시대의 흐름에 더 빨라야 할텐데 아쉽게도 SBS는 여러면에서
그렇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연예지 기자들한테 부탁해서 프로그램 홍보 기사쓰는 패턴은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거부감만 주는 시대가 된 탓이다.
어쩌면 시청자들은 그 홍보성 기사보다 그 밑에 달린 댓글에 더 공감하고
더 반응하는 모습이다.
타사와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우리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지상파 동반자인
M본부의 홍보 전략엔 차별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한 온라인 PR에도 물론 강점을 보이지만
더 들여다보면 인터넷 공간 전체를 아우른다.
바이럴 홍보대행사를 이용해 블로거 풀을 꾸리고 드라마의 지난 내용을
리뷰해주는 블로거를 운영하기도 하면서 점점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은다.
자사 프로그램 관련 카페를 만들어 이슈를 생산하고 지식 검색에도
적극 대응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특히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에 대한 관련 기사들, 심지어 출연자들과 관련한
부정적 기사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도록 힘쓴다.
경쟁사엔 이른바 '빠'라고 불리는 맹목적 팬클럽이 항상 있어 나타나는 차이라고
핑계만 대기엔 못내 찜찜하다.
방송사간 PR경쟁은 아무래도 월드컵, 올림픽같은 빅이벤트에서 희비가 확실히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캐스터 해설자에 대한 방송 뒷이야기, 대회가 진행되면서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긍정,부정적 이슈들이 쌓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결국 마지막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기준이 되곤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청소비자들을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SBS의 장기 전략은 무엇인가?
기자 간담회같은 행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건 이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때 실무진에서 "우리도 바이럴마케팅전문 회사의
도움을 받자"는 의견을 냈지만 위에서는 예산문제를 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미디어홀딩스가 매년 브랜드전략차원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 미디어 이미지 설문조사나 포커스 그룹조사를 시행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과연 우리 프로그램에 적절한 홍보 마케팅 전략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지에 대해선 매우 회의적이다. 그렇다보니 SBS 드라마나 예능에 대한 시청자 로열티가 분명히 존재하건만 여간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PR팀이 주로 사보를 만드는 팀이었다면 이번 조직개편에서 격상된 홍보국은 회사 외부를 향한 콘텐츠 홍보에 더 힘써주기를 바란다.
또 프로그램 공급자의 입장이 아니라 철저히 시청자의 입장에서 일했으면 한다.
우리 시청자들이 혹은 외국인들이 어떻게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찾고 이런 것들이
어떻게 입을 통해 구전되는지 분석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맨날 비용만 걱정하고 제대로된 서포트를 못받는다 여기며 경쟁프로그램만 신경쓰고 고생하는 우리 동기들의 모습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