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상파 방송사의 관심거리는 700MHz 주파수 대역의 향배다. 정부는 이 주파수를 방송과 통신 중 어디에 할당할지 곧 정할 예정이다. 통신사업자는 미래 무선 데이터량 확보를 위해, 방송사업자는 차세대 UHD TV방송을 위해 이 주파수 대역이 꼭 필요하다. 한정된 주파수 자원에서 양자를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 다만 자원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이라는 정책결정론의 원칙에 따르면 된다. 먼저 분배할 자원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수요 대상자의 역할을 정한 뒤 자원을 분배했을 때 자원 가치가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대상자가 누구인지 평가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절대 피해야 할 것은 대상자가 갖는 힘의 크기에 따라 선후를 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스런 일이 SBS 공간 재배치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부 부서는 숨 쉴 공간조차 부족하다는 불만이 가득하고 어떤 부서는 여유롭다. 제작 현장에 직접 관여하는 부서의 공간은 좁아졌고 관리부서는 상대적으로 넓어져 정책 형평성을 크게 의심 받고 있다. 사무 공간 배정의 불평등은 일부가 양해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공간은 힘의 상징이다. 힘의 크기에 따라 활동영역의 크고 작음이 정해진다. SBS에서도 점유한 공간의 크기는 권력과 대체로 비례한다. 그래서 공간은 곧 권력의 크기다.
기업은 처음에 수익을 직접 창출하는 부서들이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물심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하여 안정되고 세월이 흐르면 업을 지탱하는 본업에서 인사, 기획, 재무 등 행정관리중심으로 힘을 이동시킨다. 여기에 이르면 그 조직은 성장 한계와 마주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핵심은 변방으로 밀려나고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고 정책을 결정한다. 이때 현명한 조직은 위기를 인식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꾀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SBS는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공간 재배치 결과에 반영된 SBS의 상황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관리중심 경영이 미디어 기업의 핵심인 창의성을 잃게하고 현장 업무부서의 열패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SBS는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업의 본질에 의거해 자원과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 제작에 맞닿는 현장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배려해야 한다. 실무 부서 대 지원·관리부서의 권력 다툼이 아니라 정책의 기본을 곧추고 다듬어서 회사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제작 현장이 사라진 관리는 곧 아무것도 관리할 것이 없는 몰락을 초래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SBS는 관리중심에서 현장 중심으로 기업문화를 개혁해야 한다.
작성일:2015-05-20 10: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