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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을선 보도본부 조합원
우연히도, 최근 세월호 집회에서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부 야근을 하게 돼 집회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사회부에서 세월호 참사를 처음 취재한지 1년이 더 지났지만 참사 현장의 격앙된 분위기는 진도에서 서울 도심 한복판으로 옮겨왔을 뿐 달라진 건 크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흐른 시간만큼 겹겹이 쌓인 분노와 증오는 더 깊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노와 증오의 대상은 정부를 향해 있었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느낀 건 언론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타깃은 카메라를 든 영상취재 기자들이었습니다. 4월 18일 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마치고 열린 세월호 범국민대회 집회 현장이었습니다. 60대쯤 돼 보이는 남성이 SBS 영상취재 기자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눈에 띄면 카메라를 부숴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영상취재 기자는 하는 수 없이 자리를 피해 촬영을 했지만, 곧 같은 남성에게 카메라를 빼앗길 뻔한 수모를 겪어야했습니다. 결국 카메라는 파손됐고 함께 있던 오디오맨이 목에 상처를 입어 영상취재 팀은 현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5월 1일 저녁 열린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습니다. SBS의 또 다른 영상취재 기자는 이번엔 촬영 내내 한 집회 참가자에게 거꾸로 촬영을 당해야 했습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참가자는 영상취재 기자를 따라다니며 촬영한 뒤 SNS에 실시간으로 올렸습니다. 다른 한쪽에선 둔기를 든 참가자들이 영상취재 기자를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고, 한 남성은 오디오맨의 머리를 손으로 가격한 뒤 달아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영상취재 기자는 "실제로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두 영상취재 기자들의 연이은 봉변에 저 또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영상취재 기자와 달리 집회 참가자들과 구별이 되지 않았기에 특별한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동안 SBS 기자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습니다. 자칫 답을 듣지 못하거나 취재 현장에 발을 붙이기 어려울까 내심 두려웠던 것이 당시 솔직한 심정입니다. 집회 현장을 취재하면서 물대포를 맞고 체류가스를 맡는 건 감수해도 신분조차 밝힐 수 없는 현실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이런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단순히 언론사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인지, 혹은 SBS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비난이 표출된 것인지 구분해서 보아야 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집회 참가자들은 영상 취재 기자들을 위협할 당시, SBS 세월호 관련 특정 기사를 언급하며 오보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거나, 나와야할 기사가 나오지 않았던 점을 비판했습니다. 자칫 돌발적인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SBS의 특정 보도에 대해 누군가는 실망하고, 심지어 증오와 분노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분명한 진단을 내리고 대책을 찾는 것이 공정성과 균형을 담보로 해야 할 언론사의 기본적인 책무일 것입니다. 이는 구성원들이 함께 우리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때 가능할 것입니다. 저 또한 노조에서 취재기를 요청했을 때 반성하고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과제를 맡게 됐습니다. 신체의 안전조차 담보하지 못한 채 취재에 나서야 하는 현실을 이후의 후배들에게까지 대물림 해주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