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매체환경에서의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individual)에게 보다 많은 통제력(control power)이 부여되는 사회로의 이전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한 변혁을 부추겨주는 것은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가 시간(time)과 공간(space)을 초월하여 새로운 사회 관계(social relation)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전혀 동떨어진 곳에 흩어져 있던 지구촌 구성원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만날 수 있다.새로운 매체환경- 위성방송과 인터넷이 주도하는-에서 지금과 같은 방송사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고, 근시안적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노사간 대립은 있으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질책과 고민은 있는지 궁금하다. 타방송사들과 시청률 경쟁은 하는데 프로그랜의 질이 발전한 흔적은 없는 것 같다. 다양성이 증대하고 수용자의 역할이 증대하는 새로운 매체환경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상이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먼저 수용자를 이해하라
현재 방송사들은 수용자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가장 시급한 부분이다. 예를 들자면, SBS는 젊은 층 또는 여성을 주 대상으로 편성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단순한 논리는 이제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편성/운영 정책은 사실상 경쟁 채널들과의 관계 속에서 탄생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즉 MBC나 KBS와 차별화 하다보니 그러한 편성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채널간 경쟁뿐만이 아니라 매체(위성,케이블,VOD 빛 인터넷 등)간 경쟁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 경쟁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가지고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외적인 요소들 즉, 조직의 효율성 및 생산성, 그리고 신 경영체제의 구축, 종사자의 전문성과 능력제고 방안 아울러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활용 등 복합적으로 연관되어있다. "경쟁력"이란 단일 프로그램의 질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그램 질 관리와 수용자와 신뢰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아울러 최고 경영진의 미래에 대한 비젼 유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수이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사실상 외부 매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지금의 지상파 방송사들의 영향력이 외부환경에 의해 달라질 지지는 않은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폐쇄적인 조직체계에서 경영적 차원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유입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동질성,획일성,형평성 등등이 가장 숭고한 가치로 인정되는 조직문화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사라져버린 "속보성"
이제 방송이 자랑하던 "속보성"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미 하루 24시간 발생한 주요 사건들은 인터넷(webnewspaper, webcasting) 등 여러통로를 통하여 정보를 입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 9시까지 기다렸다보는 시청자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9시 뉴스는 변하지 않고 있다. 심층적이지도 못하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시청자들은 9시 뉴스의 내용 빈곤에 실망만 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 어느 단계에 가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이렇나 현상은 보도 프로그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점점 기획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의 수가 줄고 있고 전반적으로 진부하다는 느낌만 주고 있다. 현장 제작진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고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좀처럼 내용적인 면에서 볼 때 향상되는 국면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조직체계와 작업관행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선 보인 "interactive TV"(open TV)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기존의 TV와 인터넷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이다. 완벽한 "interactivity"를 구현하지는 못하나 디지털 다채널 시대의 TV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방대한 DB 구축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응용하기 따라서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에서부터 극단적인 상업성을 다 구현할 수 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수용자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려는 시도에 있다 .이제 방소과 "interaction"의 개념을 결합하지 않은 채널은 수용자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방형 조직 전환시급
방송사들은 지금과 같은 정체적인 조직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희망적인 비젼을 제시할 수 잇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방송은 마치 음식(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급급한 상황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맛과 칼로리를 염두에 두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공영방송의 계몽적 역할을 이제 마감을 해야할 때이다. 수많은 채널 중의 하나로 존재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조직은 과감히 개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외부와의 인력 교류가 없다면 그만큼 경쟁력도 향상되기는 힘들 것이다. 프리랜서와 정규직 간의 구분을 점차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외부의 좋은 인력을 백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결과"중심의 업적 평가 방식으로 가야한다. 재택 근무든 외부출장이든 근무형태를 다양화하고 관료주의적 잔재는 청산해야 한다. 창의성이 가장 존중되어야 한느 방송사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획일적 급료 체제는 이제 모든 직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능력급이 어더한 형태로든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젊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수한 인력은 더 이상 방송사 문을 두드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정보통신 사업에 최고의 우수 인력은 몰려가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보상"이다. 본인이 일한 만큼 반드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TV중심에서 탈피하자
마지막으로 강조해야 할 점은 지상파 TV중심적인 사고로부터의 탈피이다. 물론 지상파 TV방송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라디오 ,TV,위성, 인터넷 등 모든 매체가 서로 공동 보조를 취해서 디지털 시대의 방송 주역으로 함께 전면에 나서야 할 때이다. 예를 들자면, 인터넷의 확산은 라디오에 다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네트워크 라다오 채널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라디오의 최대 약점이었던 지리적 제한성이 인터넷으로 인하여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전 세계의 주요 라디오 사이트를 북마크해 놓고 즐겨 듣고 있다. "mobile internet"은 라디오 방송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제작진과 경영진은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디지털 시대의 수용자 중심적인 매체 환경은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는 시련의 시기일 수도 있고 도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고 경영진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