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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작가,스크립터가 화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까닭은?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0-04-04 01:00:00
조회수
1425
작가,스크립터가 화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까닭은?


프리랜서 작가들, 스크립터들은 각 프로그램마다 자기 역할을 해오고 있는 SBS식구들 중 하나다.
그런데 남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혹은 알아준다 하더라도 이렇다할 편의를 봐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몇자 적고자 한다.


아침 9시 전후로 헐레벌떡 출근.
종종걸음이 빠르다 못해 뜀박질로 방송국 현관을 들어서면 다시 하루의 전쟁이 시작된다.
늘 이렇게 여유없이 헐레벌떡일 수 밖에 없는 건 우리들의 퇴근시각이 거의 늦지 않은 날이 없기 때문이다.
늘 피로에 피로가 겹친 상태에서 발걸음을 옮겨야하므로 상쾌한 기분에 가뿐한 걸음걸이가 언제였었나 가물가물하다.
특히 시사교양쪽 작가. 스크립터들은 이같은 출근 풍경에 공감대가 클 것이다. 그렇게 나와 섭외부터 자료조사에 정리,프리뷰 관리,구성안, 편집콘티 등등 표도 안나는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또 작가들은 인내를 시험하는 일들에 수도없이 부딪치게 된다.
부족한 사무집기들, 820노트북을 따라가지 못하는 후진 '데스크 탑'컴퓨터, 게다가 허구헌날 프린터기에는 '고장'이라는 붉은 딱지가 붙어있기 일쑤, 망설일 시간도 없이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겨 눈치를 있는대로 받으면서 인쇄를 하곤 한다. 그래서 가끔 낯선 얼굴에 사람들이 갸우뚱하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하다.
시간을 다투는 일에 잦은 고장을 안고 사는 프린터기는 정말 작가들에게 '웬수'같은 존재다. 더 속이 상하는 건 제때 제때 고쳐지지도 않을 뿐더러 서너대 되는 컴퓨터에 한대의 컴퓨터 인쇄 명령도 소화하지 못하는 프린터기가 단 하나 연결돼 있다는 것도 가슴 답답한 일인 것이다.
때론 컴퓨터가 또는 프린터기가 말썽인데 빨리 가져오지 않고 뭐하냐는 고함소리를들을 때마다 변명의 신은도 토해보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굴릴 때는 그저 애간장만 녹아 나는 것이다.

여성 휴게공간 턱없이 부족

12시, 점심시간....그나마 식권이 나오는 곳에서 일을 하게 돼 배곯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대부분의 남성들이 식사 후에 담배 한 대 뺴어물 듯이 여자작가들도 그같은 달콤한 휴식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마땅히 들어가 앉을 공간이 없다.
지하 사랑방은 우리들이 받는 바우처를 감안할 때 절대로 싼 값이 아니고(커피 900원,탄산음료 1500원,쥬스 3500원)복도에 마련된 쇼파에서는 연차 많은 선배들 또는 CP의 발검음 소리를 들을 때마다 결코 편안 자세로 앉아 쉴만한 공간이 아니다.

공포의 숙직실 개선해야

작가실, 또는 작가방이 따로 없으니 맘놓고 주저앉을 수 있으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일부는 화장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쉬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렇게 주저앉아 커피까지 마시는 경우도 있다면 믿을까? 그나마 퇴근이 남들 퇴근시간과 비슷한 경우는 다행이지만 밤을 지새야 하는 날도 허다하다. 다들 알겠지만 방송작가와 스크립터들에게 근무시간이 따로 있던가!!
어짜피 각오하고 들어오긴 했지만 한밤중 피로와 졸음이 몰려올 때, 그 순간 만큼은 세상이 비관적이다. 7층 여자 숙직실이 있긴 해도 겨우 6개의 침대는 맘 놓고 문을 두드릴 수 없게 만들고, 결정적으로 그 방은 이미 작가들 사이에 공포의 침실로 소문이 나 있다.
일부 강심장에다 평소 가위 한번 안눌리던 작가들은 괜찮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작가들이 그 방을 맘 편히 이용하지 못한지 이미 오래라고 전해들었고, 필자 또한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이야기 속으로'보다 더 무서웠던 경험이 있어 다신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럴 때 작가들과 스크립터들이 찾는 곳은 복도 쇼파나 사무실 책상, 책상이 지저분해도 쇼파에 커피며 담배재가 떨어져 냄새가 심해도 그 시간만큼은 졸음에 못이겨 얼굴을 묻게된다. 단 한시간도 편한 자세를 취해보지 못한 채 다시 밤샘일을 하다가 맞는 새벽. 샤워는 커녕 화장실에선 머리도 감을 수 없다. 잠깐 세수를 하거나 다시 파우더를 덧바를 수밖에....그럴때마다 부시시한 인상으로 종편이 끝날 때까지는 이미지 관리는 NO!
저녁 늦은 시간에 종편을 마치면 드디어 집으로 갈 수 있는데, 꾀죄죄하기 이를데 없는 몰골로 전날 아침에 들어왔던 현관을 다시 나설때는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허탈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나면 이제 또 바우처를 받기 위하여 '작업일지'를 쓰게 될 것이다.
여느 용역 작업꾼들처럼.
작성일:2000-04-04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