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새벽 5시 50분 US여자 오픈골프 4라운드에서 수퍼땅콩 김미현 선수가 버디를 잡으며 선두 개리웹을 맹추격! 같은 시각 SBS 5층 스튜디오와 6층 부조에서는 출발 모닝 와이드 팀들이 긴박감 속에 월요일 아침을 열기 위해 대기.
특히 간밤에는 남부지방에 큰비가 내려 인명피해까지 난 상황. 어디선가 모닝와이드팀에 걸려오는 전화 - 김미현 선수가 잘 하니까 방송 트고 그냥 간다 - 모닝와이드팀에서는 결사 저항했지만 역부족.
1부 뉴스후 바로 골프 중계가 이어지면서 준비됐던 건강프로와 출연 예정이었던 스포츠국 기자와 국제부 기자는 스탠바이만 하다가 쓸쓸히 퇴장, 이 때문인지 김미현 선수도 16번홀에서 공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를 기록, 우승권에서 멀어짐.
다시 모닝와이드팀. "자 2부는 정상대로 갑니다"그러나 모닝와이드팀의 의지와 달리 이미 우승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김미현 선수의 플레이는 6시 58분가지 SBS를 통해 생중계되고, 평소 10분 정도 해박한 경제지식을 차분하게 풀어내던 경제부 박성구 기자가 '여기서 잠깐'식의 이른바 '쿠션'으로 등장한 뒤 곧 이어 2부 종합뉴스. 정성근 앵커는 안타까운 남부지방의 비 피해 상황을 전달.
지난 98년 박세리 선수의 US여자 오픈 우승(실제로 감동적이었다.)을 계기로 일기 시작한 골프 붐. 그 중심에 SBS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회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3층 보도국과 교양제작국에서는 골프때문에 아침방송의 시청자들을 타 방송에 빼앗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계속된 투자로 이미 SBS는 골프태널까지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골프 마니아들은 케이블을 통해 골프중계를 볼수 있는 사람들이 주말과 휴일 동안의 세상 소식에 목말라하고 있는 월요일 아침에 공중파까지 나서서 골프를 중계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 하는 회의도 적지 않다.
골프 중계로 월요일 아침 정규방송이 중단된 것은 지난해 6월 21일 과 9월13일,11월 15일 세 차례. 올해 들어서는 한국낭자들의 부진으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 7월 24일 드디어 정규 방송이 중단된 것이다.
아침 방송의 한 관계자는 "경쟁방송의 새 프로그램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며 가까스로 일정수준 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했다 싶으면 그 놈의 골프가 다시 우리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정말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SBS의 골프에 대한 천착은 과연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
"이러면 안됩니다"라는 실무자들의 뜻을 고위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설득해내는 중간간부는 도대체 어디 있는가? SBS에서 일한다는 것은 가끔씩 상식과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정녕 없는 것인가? 작성일:2000-08-09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