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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대화통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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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0-08-09 01:00:00
조회수
1313
대화통로가 없다!


여름 남량특집 중 하나, 어느 외딴 별장에 몇명이 놀러갔다 천재지변으로 갑자기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할 수 밖에 없다.문제는 여기서부터. 갑자기 한명이 살해당하는데 전혀 외부 사람의 소행이 아니다. 이 때부터 차츰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하나씩 죽어간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활약해 사건이 해결된다.
우리 방송국에는 여러 직종이 모여있다. 같은 직종도 여러 분야로 나뉜다.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게 방송의 속성인데 현실은 다르다. 직종간 분야별로 벽이 있고 칸막이가 있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다른 직종을 탓하려 들고 꼬투리를 찾는다.
게다가 같은 직종 안에서도 크고 단단한 벽이 존재하니 큰일이다. 생각해보자. 지금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 윗사람과 마음을 연 대화를 한적이 있는지, 개편회의나 부서발전 토론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주장한 적이 있는지. 대부분의 사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회의에 참석해 자기 차례가 오면 마지못해 한 마디 하는 수준일 것이다.
부서장이나 팀장은 사원들을 탓할 수도 있다. 기회를 줬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떡하냐고, 하지만 사원들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기껏 말을 하면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결과는 '아니올시다'라는 것이다. 방송은 협업이다. 혼자 머리 싸매서 될 일이 아니다. 현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일단 제대로 말을 하고, 상대방에게 내 말이 먹혀야 한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솔직한 대화를 할 통로가 없다. 기껏해야 한풀이식 술자리가 있을 뿐. 사내 통신망이 이렇게 잘 갖춰져 있는데 감시의 눈이 번득이는 몇몇 게시판이 있을 뿐 마음놓고 소리지를 공간이라곤 없다.
2003년부터 노사합의로 성과급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라면 아무리 제도를잘 만들어 본들 쉽지 않을 것 같다. 서로간에 믿음이 없는데 어떻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서로를 해치는 권위주의를 없애고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회사는 사원들이 자유롭게 아무 얘기나 할 수 있는, 때로는 자기 신분을 감출 수도 있는 익명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혹시 아는가, 납량특집에서처럼 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할 주인공이 익명의 공간에서 나올지....

김영우
편집위원
작성일:2000-08-09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