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난노보

제목

[기사갈무리] 효과실 '현대판 노예' 구조(2)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0-10-05 01:00:00
조회수
1183
효과실 '현대판 노예' 구조(2)
통장, 신용카드까지 감독이 관리
문제 생기자 '노비문서식 서약서' 강요

내일 모레 음악감독이 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효과실 음악담당 모씨의 예금통장과 도장, 신용카드는 최근까지 상사인 감독 K씨가 가지고 있었다.
노조에서 효과실의 비인간적 저임금 구조에 대해 조심스럽게 취재가 시작된 직후 K씨는 통장 등을 돌려줬다. 통장을 '관리'한 이유에 대해 K씨는 "해당 조수의 수입이 들쭉날쭉해 월 120~150만원 정도로 유지시켜 주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통장의 입금내역을 보고 부족하면 보태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물어보거나 하다 못해 통장만 보면 될 일을 왜 도장과 카드까지 가지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못했다. K씨의 주장과는 달리 효과실에서는 "모씨의 프로그램 보수가 200만원,300만원을 넘을 때도 있었지만 늘 120~15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는 상반된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조에서 효과실 문제를 파악한 것은 지난 7월, 당시 노조는 이런 문제가 SBS의 직원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프리랜서의 특성 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회사측에 취재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감독들과 회사측 담당자들은 문제 해결은 커녕 조수들에게 노비문저나 다름없는 '서약서'를강요해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 서약서에는 "선,후배간 화홥성 등 협력적 인간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때에는 "출입 중지", 즉 해고하겟다는 협박이 담겨 있다. 게다가 "협력적 인간관계"에 대한 판단도 감독이 하도록 돼 있다. 노조가 이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회사측 담당자들도 음악 감독들과 비슷한 논리를 펴기까지 해 회사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효과실 감독들은 문제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조수들의 수입을 더 늘려주겠다는 식의 개선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순히 지금보다 몇푼 더 주는 식으로 해서 풀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감독 중심으로 3~4명이 함께 일하는 지금의 도제식 구조에서 생사여탈권은 감독 한 사람에게 있다는 것. 이것이 효과실 문제의 본질이다. 아무리 교육기간이라고 해도 6개월 동안 한 푼도 안준다거나, 수준급의 일을 해도 조수라는 이유만으로 터무니 없이 낮은 보수를 주는 구조는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된다. SBS는 프로그램마다 정해진 금액을 줘 왔는데, 정작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받을 몫을 다 못받는다면 그 차액은 어디 갔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탤런트나 성우 같은 다른 프리랜서처럼 급수를 정하기가 어렵다면, 실정에 맞게 합리적인 기준을 서둘러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작성일:2000-10-05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