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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공방위보고서) 방송사의 시대착오 '한일정상회담 3사 공동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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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0-10-05 01:00:00
조회수
1241
(공방위보고서) 방송사의 시대착오 '한일정상회담 3사 공동중계'


지난 9월 3일 밤 10시, 한가로운 일요일 밤을 보내며 가족들과 함께 TV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공중파 방송사들이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의 고동녹화 회견을 방송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SBS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당연히 당직근무자들에게는 항의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고, 방송 3개사의 홈페이지에도 항의 메일이 빗발쳤다. '근래에 보기드문 전파낭비'였다는 일간지들의 비난이 날이 밝자마자 쏟아졌고 방송일꾼들 모두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날도 아닌 바로 '방송의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일이 있은지 불과 3주가 지난 9월 23일, 토요일 오후의 여유를 즐기던 시청자들은 또 한번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 '한일정상회담 기자회견' 방송 3사 모두가 오후 5시부터 55분간 한일 두 정상의 기자회견 모습을 방영한 것이다.
방송시간이 토요일 오후인 것도 어울리지 않지만 그 내용인 즉, '양국정상이 두터운 신뢰를 확인했으며 양국의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지극히 의려적인 것이었다. 정치적, 국제적 의미 여부를 떠나 다른 채널을 선택할 기회조차 잃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무척 화가 나는 일이 틀림없다. 물론 대통령의 동정이 때로는 전체 채널을 할애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경우도 있다. 또 회견의 상대자로서 가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온 국민이 지켜봐야 할 정도의 역사적 의미가 있거나 국가 중대사에 대해서 대통령이 진솔하고 진지한 의견을 피력할 경우가 아닐까? 이 두번의 방송이 과연 이런 조건에 조금이라도 부합했는지 방송 3사의 책임자들에게 묻고 싶다.
SBS,KBS,MBC노조는 이런 형태의 방송에 대한 문제가 본격화된 지난 9월 3일 방송 며칠 전에 이미 성명서를 내고 동일한 녹화프로글매을 3사가 일제히 방송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 '방송의 자율성과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행위라는 논지'였다. 하지만 대통령과 관련한 이런 식의 3사 공동방송이 다시 되풀이되고 만것이다. 이런 형태의 국정홍보 방송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따져보고 싶지도 않다. 물론 방송사들마다 처음에 의도했던 결과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또 그냥 넘어 가버린 일이 됐지만 동료들의 자조 섞인 말들이 아직도 들려온다. '뭐 다른 방송사가 하면 우리도 하고, 안하면 우리도 안하고 그런거 아냐?' 방송 3사의 높으신 분들은 이 정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다 그런거지 뭐, 왜 이리 시비를 거는 거야? 불과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흔한 일이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쑥덕거리는 우리들이 가장 부끄러워야 할 것은 '우리 방송이 아직도 이런가?'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아닐까?
작성일:2000-10-05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