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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최첨단 신사옥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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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0-10-05 01:00:00
조회수
1145
최첨단 신사옥 유감
한층에 한부서 입주 설계
부서별 업부협조 분위기 막아

우리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남녀공학이 드물었다. 시골학교긴 하지만 꽤 큰 규모였는데도 여선생님이라고는 전교에 단 한분이 계셨다. 그나마 운이 나빠 나는 여선생님이 하는 수업을 받지 못했다. 대학전공도 주로 남자들만 있는 학과였으므로 여학생과 같이 수업을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니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여성들과 함께하는 일에 늘 어색했다. 미팅에서 필요이상으로 과민반응을 보여 낭패를 당하는 일이 많았다. 여성이 보인 약간의 호의표시를 나를 좋아하는 신호로 착각했다가, 상대방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 실연했다고 생각하고 혼자 전전긍긍했다. 직장에서도 처음에는 여성사원들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다. 여성앞에서는 가능한한 무게를 잡아 근엄한 표정을 지었고 목소리도 저음으로 깔았다. 그래서 첫 직장에서 만난 여성사원들은 나를 딱딱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목동 시대의 개막을 준비하는 신사옥 건립공사가 한창이다. 지하 4층 지상 22층 연면적 20,337평으로 여의도사옥의 배가 넘는 면적이다. 애당초 계획했던 지하 4층, 지상35층 연건평 26,500평의 건물에 비하면 규모가 적어지긴했지만 지하운동시설과 각부서별 샤워시설을 갖추고 엘러베이터만 13대나 되는 최첨단의 방송용 건물이다.
목동 신사옥은 층별로 부서를 분산 배치했다. 3층은 스포츠, 4층은 보도, 5층은 기술,6층은 교양등의 현업 부서가 들어가고 15층부터 21층은 사무실 공간이다. 각부서의 특성에 맞게 높이를 조절해 배치한 것이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건축면적이 좁다보니 현재처럼 한층에 한부서만 입주하게 된다. SBS가 출범한지 10년이 지나긴 했지만 조직간 부서간의 이질감은 상존하고 있고 이것이 SBS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업무특성상 서로 협조해야할 부서원끼리도 얼굴을 잘 모른다. 한 이아템을 두고 보도와 교양이 중복취재를 가는 경우도 있고, 일심동채가 되어야할 제작과 기술 부문이 이름도 모른채 수개월동안 같은 프로글매을 제작하다. 현업과 행정이 얼굴을 서로 모르니 상대방 업무의 특성을 이해할리 만무하다. 나는 솔직히 노조위원장이 되고 나서야 기자들의 업무가 과중하고 행정직 사원들이 빛나지 않는 일이지만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같은 울타리에 있어야 상대방을 이해하고 같은 방의 공기를 호흡해야 동료의식을 가지게 된다. 인위적 장벽을 제거해서 얻을 수 있는 "통합효과의 경제적 가치"는 기대 이상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사무실 사이의 벽을 없애고, 사람사이의 파티션도 가능한한 낮게 설치한다. 모든 부서를 한방에 넣을 순 없지만 업무협조가 필요한 부서는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계시부터 미리 고려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얼굴을 맞대야 상대방을 이해한다. 미리 남녀공학에서 교육을 받았더라면 좀더 멋진 '젊은 날의 초상'을 그리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그 때문이다.

오기현 위원장
작성일:2000-10-05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