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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동지 여러분, 자진납세합시다!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0-10-05 01:00:00
조회수
1135
동지 여러분, 자진납세합시다!


남자들이 제일 꾸기 싫은 악몽이 뭔지 아세요? 주식하는 분들, 사랑의 열병을 앓고 계신 분들, 다 다르겠지만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아마 '보통 남자'분들은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군대 다시 끌려가는 꿈, 사실 저는 양키의 용병 소릴 들어가며 내 몸 하나 편하고자 시험까지 보면서 군대를 갔던 사람입니다. 해서 '보통 남자'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간이라곤 논산 10주 훈련 분입니다.
그러나 어쨋든 그 10주도 제게는 엄청났습니다. 당시 내무반 조교 중에 정말 성질이 나쁜 녀석이 하나 있었죠. 참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욕을 창작해내는데 뭐 저련 X이 있을까 하는 조교였죠. 물론 조교들 중에 참 인간적인 조교도 있었습니다. 근데 웃긴 게 그 성질 나쁜 조교가 뭔 일을 시키면 일사분란하게 잘 되고 인간적인 조교가 시키면 이게 잘 안되는 겁니다. 우리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사람한테 더 잘해줘야 되는데...' 야 인간의 간사함이란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이렇게 장황하게 제 군생활을 끄집어낸건 다름이 아니라 최근 노조발전기금을 걷다가 문득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다른 팀들은 다 냈는데 유독 제작본부 피디들만이 이런저런 이유로 참여율이 아주 저조하답니다. 은근 슬쩍 넘어가다 했더니 역시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디다. 프로그램 하시는 우리 선후배 피디들 정말 바쁘지만 그렇지만 말이죠, 프로그램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해서 혹은 성질 나쁜 조교처럼 외부에서 강제하는 힘이 없다고 해서 , 우리 가끔씩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너무 소홀히 하는 건 아닌지 좀 곰곰히 생각해봅시다.
노조에 관해 사실 말들도 많습니다.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겪었던 결사항전의 투쟁 경험에 비해 우리 노조의 역량이 우습게 모이기도 하겠고 SBS노조의 태생적인 한계들을 지적하시는 분도 있겠고 뭐 어차피 난 프로그램 대박 터지면 독립군이 될텐데 굳이 노조를 사랑할 필요가 있겠냐란 분도 있겠지만....좋습니다. 우리 노조 사실 제가 보기에도 강가에 내논 애같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치만 말이죠, 막말로 우리 노조가 뭐 여러분들한테 해코지 한 거 있습니까? 봄에 두둑한 상여금 받아서 요긴하게 썼죠. 노조원의 날 우리 아기들 방송국 구경도 시켜줬죠. 비오는 날 우산도 빌려주죠.담배 선물 들어오면 그거 다 노조원들한테 나누줬죠. 노조총회에 나가서 야 그래도 우리가 한 직장에 몸담고 있었구나 하는 동료의식도 느끼게 해주죠...우리 노조 욕은 좀 먹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한거 많습니다. 노조발전기금이 왜 필요하냐구요? 그럼, 우리 노조 간부들이 그 돈 걷어서 강남의 룸빵 가려고 걷겠습니까? 다 노조를 위해, 여러분들을 위해 쓸데가 있으니까 걷는 겁니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우리노조를 참 좋아합니다. 제가 노조를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 오기현 선배를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왜 그런 사람들 있죠? 처음 만나 조금만 얘기해도 '아, 참 삶의 결이 곱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 오선배가 그렇습니다.(오해마십쇼. 커밍아웃하는거 아닙니다! 그리고 이걸 무슨 수령론으로 해석하시는 분도 없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우리들을 위해 노조일을 한다는게 왠지 한 없는 믿음이 갑니다.
우리 군대에서는 그러지 못했지만 사회에서는 인간적으로 해주고 따뜻한 사람들한테 더 잘해줍시다. 벌받습니다. 에이, 어차피 낼 거 그냥 속시원히 냅시다. 봄에 받은 상여액 세전기준 1%밖에 안된답니다. 바쁘신 연출들은 똘똘한 조연출한테 맡기면 됩니다.후배들한테 술한잔 사는셈치고 당구 몇 게임 물렸다 치고 눈 딱 감고 냅시다. 외환은행 계좌번호 234-19-06341-0 예금주 오기현입니다.

손정현
제작본부 대의원

작성일:2000-10-05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