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한국 최초의 민영방송으로 탄생한지 만10년이 되었다. 어떤 기업이나 단체나 10년 세월의 풍상을 견뎌냈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SBS의 창사 10주년을 일단 축하드린다. 하지만 현재 언론 분야 시민운동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에게 SBS 노조가 원고를 청탁할 때는 덕담위주의 글을 기대하지는 않았겠지만 설령 다소는 그런 기대를 했다 하더라도 SBS의 현실에 대해서는 '쓴 소리'중심의 글로 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선 한국 최초의 민영방송인 SBS는 '민영방송=상업주의 방송'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가고 잇는 중이다. 거의 견제 받지 않고 있는 SBS의 선정주의는 지금 KBS, MBC마저 오염(?)시키면서 방송의 뉴스보도, 정보전달 기능 같은 대중적 언론 매체의 역할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고 교양프로 마저 연예, 오락 프로그램화하면서 국민 정서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있다. 더구나 SBS의 연예,오락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이 10대~20대 시청자 중심인데다 여타 방송들조차 제2, 제3의 SBS화하는 경향성을 보임으로 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면 나머지 세대들의 시청자 권리는 실종하게 될지도 모를 판이다.
한국 공기업들의 문제점은 책임 경영의 부재로 인한 방만한 경영, 정책 결정의 표류로 인한 변화로의 적응 실패 등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기업들은 공기업보다 책임경영, 신속한 정책결정에서 더 뛰어난가? 많은 경우에 그 대답은 "NO"이다. 왜냐하면 한국 사기업들의 대부분이 자기 자본보다는 금융부채, 해외차관 등 빚에 더 의존하기때문에 제 살을 깎는 듯한 책임의식이 박약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의 기업주들은 족벌경영과 부의 세습에 그 어떤 나라 기업주들보다 집착이 강하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의 기업들은 공정한 시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정책결정보다는 로비를 통한 특혜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점과 관련하여 SBS의 모든 관계 당사자들이 SBS의 소유, 경영 현실을 새겨 볼 점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SBS 노동조합의 역사는 비록 짧지만 그 일천한 역사에 비한다면 SBS 노조가 민영방송의 건전한 발전, 방송의 민주화, 노조원의 근로조건 개선등을 알게 모르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또 아직은 SBS 노조가 튼튼한 거목으로 자라지 못한 관계로 노조 집행부의 고충도 적지 않을 것임은 짐작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SBS가 민영방송으로서의 진정한 자리매김을 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골고루 사랑받고 SBS노조가 스스로도 공약했듯이 "살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때로는 소유주들 및 경영진을견제하고 때로는 노,사 공동의 SBS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기초를 실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짐을 짊어지는 것을 마다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통합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사 편성규약' 제정에 있어 SBS노조가 KBS,MBC 노조등과 함께 공동안을 마련하기로 했듯이 포괄적 방송 민주화, 언론 민주화를 위한 연대 활동도 계속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현재 언론노조운동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산별노조 운동'에 대해서도 SBS 노조가 머지 않은 장래에 전향적 결단을 내릴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다시 한번 SBS창사 10주년을 축하하며 SBS가 더욱 격조 높은 민영방송으로 도약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