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단체협상이 체결됐다. 이제 2년된 SBS 노동조합의 첫 디딤돌이다. 첫걸음일 뿐이지만 현집행부로서는 긴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다. 지난해 처음 단체협상을 시작했으나 핵심 현안들에 대한 의견 차이를 뚫지 못한 채 올해로 미뤘고, 올해만 해도 지난 9월부터 무려 9차례의 협상을 벌인 끝에 마침내 단체협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종 순간까지 조합 가입 범위를 놓고 '타결이냐 결렬이냐'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노조는 회사가 단협의 핵심 쟁점이었던 상향평가제를 수용한 것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송도균 사장은 일부 간부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마지막까지 망성이다 이 조항을 수용했다. 송사장은 "노조의 건강한 비판기능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 회사가 지금처럼, 누가봐도 떳떳할 만큼의 투명성을 가지게 된 데는 노조의 건설적 비판의 몫이 컸다"는 말도 했다. 노조는 회사의 이런 태도에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고맙다. 다만 일부 간부들이 강력히 반대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상향평가제는 분명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있다. 송사장의 표현을 빌자면 "비관적으로 볼 경우 상하 명령체계인 조직을 훼손 할 수 도 잇다" 부하직원들이 짜고 부장을 음해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제도를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회사가 끝까지 '시험기간'을 갖자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부하직원들이 평가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똑같이 상사가 부하직원에 대한 평가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된다. 하향평가의 악용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 상향평가고, 상향평가에 문제가 있다면 하향평가를 제대로 해서 제동을 걸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명하달 식의 언론사 분위기'를 들며 상향평가를 반대하는 태도는 비민주적이다. 언론사의 부장,국장, 본부장이라고 해서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을 뿐더러 자주 잘못된 판단을 하는 간부들을 우리는 여럿 목격했다. 상향평가는 간부들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제도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아랫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활짝 열어두라는 뜻이다. 조합가입 범위를 놓고 회사와 벌인 논란도 이번 협상의 그림자이다. 회사측은 전산담당자가 노조원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 "회사의 핵심 기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햇다. 이 말에는 회사와 조합이 적대적인 관계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또 조합원은 회사의 기밀을 좋바에 유포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조합에 대한 이런 시각이야말로 건전한 노사관계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다. 회사는 부디 이런 인식을 하루 빨리 극복해 이번 단협을 통해 만든 노사간의 신뢰를 더욱 다져가길 바란다.
노조는 이번 단협 체결 과정에서 고생한 현 임원진과 실무팀 외에 앞서 노사협상을 맡아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애써주신 신사옥 건설단의 김수옹 단장과 김재백 국장, 하금렬 경영정책실장, 김성우 보도본부 과학정보 CP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작성일:2000-12-01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