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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갈무리] (제4대 위원장 후보 공고) 내가 그리는 세상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0-12-01 01:00:00
조회수
1321
(제4대 위원장 후보 공고) 내가 그리는 세상


박수택

42세, 보도본부 전국부 차장
1991년 SBS입사
도쿄 특파원 및 나이트 라인 앵커
제 2기 집행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 간사
한국기자협회 윤리위원회 자정특위 위원장(현)


사람마다 하는 일이 뭐든, 지위가 낮든 높든 구분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살면 좋겠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성심을 다해 일하고 정당하게 대가를 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비록 그 일이 남보기에 아무리 하찮게 보일지라도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면 기쁨과 보람을 맛보며 일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 잡일은 없다. 다만 일을 잡스럽게 하면 그게 잡일'이라는 의식을 누구나 갖고 살면 좋겠습니다. 일을 잡스럽게 하는 사람은 발 붙이기 어려운 세상, 아무리 대통령 자리에 앉았더라도 부정을 저지르고 검은 돈을 챙겨 대통령 일을 잡스럽게 했다면 '잡놈'이라는 비판을 제대로 역사에 남기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세금 제대로 내고 노부모 봉양하고 자식들 키우고 가르치며 큰 부족함 없이 살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약간 덜어주고, 그런 다음 자기와 아내의 노후를 위해 약간 떼어 저축을 좀 하자니까, 조금 빠듯하다 싶은 세상에서 살면 좋겠습니다. 나보다 부유한 사람을 보면 조금 부럽다는 생각만 들뿐 경멸과 분노는 노낄 필요가 없는 세상, 엄청나게 돈이 많은 사람은 이리저리 머리 굴려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가난한 사람,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기 이름을 딴 복지와 장학재단만 남기고 호화로운 무덤 따윈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생을 하직하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필요한 것처럼, 사회의 정보 흐름을 책임지는 우리 언론이 제 본분을 다해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시청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바르게 전해서 기쁨 주고 사랑 받는 방송, 당당하게 논지를 펴되 불편 부당에 빠지지 않아 남한테 '조폭'소리 듣지 않는 신문이 사회의 여론을 이끄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청자 대중이 건전하 오락과 품위 있는 교양물을 고루 즐겨 방송이 시청률 경쟁에 허덕이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방송인들이 일과 휴식의 조화를 누리며 재충전을 해서 일회용 건전지 취급을 받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퇴물 푸대접 받지 않고 식견과 역량이 높아져 주름살과 흰머리를 품위와 권위의 훈장으로 여기면 좋겠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다시는 이따위 글을 노보에 남기지 않아도 좋은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작성일:2000-12-01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