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G평가 전면 재검토 시급 도입 2년동안 속속 문제 드러나
면려상 수상자가 'N'평가 받기도
EFG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문제점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EFG평가 2년이 지나면서, 잠재해 있었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것. 또 호봉직 사원들 사이에서도 EFG평가가 곧 임금과 직결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은 그냥 평가일뿐이라며 참아왔던 불공정한 점수에 대한 반발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에 따라 EFG평가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연봉직 사원 A씨는 지난달 말 EFG평가 결과를 받고서는 기가 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여성 전문직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왔고, 실제로도 이쪽 저쪽 간부들이 "이 일엔 A씨 밖에 없다"며 상한가를 매겨준 터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평가 결과는 줄곧 G였다. 스스로 생각할 땐 E까지는 아니더라도 F는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 싶었지만, 부서장 말마따나 '나는 맞벌이나까...'라고 참아왔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지난해에는 면려상까지 받아서 '이번에는 평가 결과가 좋게 나오겠구나'라며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외로 N. 영어로 'need', 분발해야 한다고 나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평가자에게 따져 물었다. 평가자의 대답은 더욱 기가 막혔다. 그의 첫마디는 "내 입장도 좀 생각해 달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 입장을 생각해달라는 말인가? 연봉직에게 평가결과는 연봉, 즉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다음 이어진 이야기는 과거에도 들었던, 예상했던 것이었다.
"당신은 맞벌이 아니냐, 그러니까 다른 남자 후배들에게 좋은 점수를 양보해라. 당신은 연봉이 높지만 다른 후배들은 연봉도 낮다" 단 한마디도 승복할 수 없어 계속 따졌지만 그 간부는 '아무 실권없는 줄반장'같은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호봉직인 B씨가 N을 받게 된 사연도 기가 막힌다. 평가 결과가 나왔을 때 부장이 B씨를 부르더니 "누군가는 N을 받아야 한다. 당신이 보기에도 후배들 고생이 심하지 않은가. 돌아가면서 줄테니 이번에는 당신이 N을 받아라"고 말했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다음에는 당연히 N이 아닐테고, 들리는 말로는 한번 N을 받으면 다음에는 적어도 F이상을 준다고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갑작스레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난 것이다. 설마 했는데, 부서를 옮긴 뒤 이번에도 또 N을 받고 말았다. N을 받은 사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합원은 "선배들이 승진을 앞두고 있으니 당신이 양보하라"는 회유를 당했고, 어떤 간부는 부원들에게 "나는 돌아가며 준다"는 '선언'을 했다.
E와N의 비율이 강제되는 바람에 똑같이 고생했는데 누군가는 반드시 N을 받아야 하는가 하면, 별로 잘한 것도 없는 사람에게 E가 돌아가곤 한다. 업무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해서 인사와 임금(연봉직)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심지어 연봉직 평가를 책임지는 한 간부는 "왜 과거처럼 '쉽게' 하지. 이렇게 '어렵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상식 이하의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EFG평가가 '당사자 몰래 하는'과거의 인사고과 제도보다는 분명히 진일보된 것임은 틀림없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과거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게 노동조합의 평가다. 평가절차와 방법을 비롯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작성일:2001-02-0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