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회사측과 노조 집행부가 가진 점심 간담회 자리. 송도균 사장이 갑자기 코피를 쏟았다. 사장은 휴지로 코를 막으며 응급조치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마무리했다.
샐러리맨으로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송사장의 코피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베스트 셀러인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의 미래가 궁금하면 지금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라. 당신이 직징인이라면, 지금 여러분의 직장 상사 모습이 당신의 미래 모습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퇴근할 때 우스개 소리로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새벽에 나와 밤늦게까지 하루 24시간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그런 우리가 '아, 우리의 10년 뒤 모습이, 20년 뒤 모습이 바로 저련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니 우울했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퇴색한다. 격무에 피곤해하는 선배들,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CP들, 시청률 고민으로 밤 잠 못자는 국장, 코피 쏟는 사장을 보면서 우리 회사의 경영 이념 가운데 첫번째가 '인간 중심'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지금은 꿈이나 비전은 고사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 작성일:2001-02-0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