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점수를 받는 피평가자 못지 않게 평가자들인 CP나 본부장등 간부들 역시 "우리도 힘들다"고 항변한다.
소속 부원들에게 낮은 점수를 줘야 하는 것도 괴롭지만, 무엇보다도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가 분명치 않다는 불만이 많았다.
N이 강제할당되는 데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한 CP는 "우리 부원들의 업무성과는 대개 비슷하다. 이들을 F나 G로 나누는 것도 쉽지 않은데, N을 고르자니 얼마나 힘들겠나" 반문했다.
지방주재를 비롯해, 팀장과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부원들을 평가해야 하는 부서장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방에 있는 지국원의 경우 해당지국 취재 기자로 하여금 1차 평가를 하게 하지만, '한솥밥 먹는'취재 기자들이 짠 점수를 줄 리가 없어 부서장이 점수에 차등을 두느라 몹시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N이나 G 등 낮은 점수를 받은 부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먼저 "아무리 봐도 N을 줄만한 부원은 없는데 결국 주고 말았다"는 고민. '소수정예'를 표방하는 회사답게 상대적으로 떨어질지는 몰라도 대부분이 '정예'라는 것이다. 둘째, 낮은 점수를 주면서 "이러저러해서 점수가 낮았으니 내년에는 분발하라"고 촉구하는 것도 고민이다. 부장이 생각하기에도 N을 받기엔 억울하다면 당사자가 승복하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N등 낮은 점수는 자칫해서 당사자의 반발과 자포자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원들의 업무성과가 엇비슷할 수 밖에 없는 부서장들은 아예 나눠먹기 평가를 거의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는 부서도 가장 무난한 나눠먹기를 택하는 곳이 많았다. 여러 간부들을 만나본 결과 가장 큰 문제는 결국 N인 것으로 나타났다. N을 받은 당사자가 항의하면 본부장과 CP, 혹은 인사팀이 서로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며 발뺌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반면 간부들이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평가를 할 만한 심리적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는 아직 우리 문화가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아들이기는 부족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회사가 평가제도를 바꾸면서 간부들이나 사원들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으든 간에 지금의 EFG평가를 토대로 차등임금제와 연결시키겠다는 회사의 전략은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작성일:2001-02-0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