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본부장제와 무력한 CP제 회장을 향한 본부간의 충성경쟁으로 현업효율 떨어져
소신과 애정없는 팀장들도 한 몫 거들어
모두 제자리 찾기 선결 과제로 남아
현재 SBS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결집력의 부족이다. 최근 들어 민방으로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효율성 위주로 조직을 개편하고 여러 가지 경쟁체제를 도입해왔다. 그러나 실무선에서는 실적위주의 단기처방에 매달려결과적으로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 실적위주의 단기처방이 사시(社示)와는 반대로 인간경시 풍조를 불러일으켜 조직에 대한 결집력을 떨어뜨리고 조직이탈을 가속화시킨 것이다. 현업부서의 상당수 조합원이 기회가 오면 조직을 뜨겠다는 '잠재적 이탈자'라는 사실은 SBS의 장기발전을 위해 반드시 치유해야 할 과제다.
조직 통합력 약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본부제 설치'와 'CP제도의 도입'과 무관하지 않다. 98년 SBS는 예산과 인사의 독자성이 보장된 본부를 설치했다. 본부별 실적을 별도로 평가해 경영의 효율을 기하겠다는 취지였다.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해 민방의 특성을 살리자는 노력은 나름대로 분명히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의 본질과는 다르게 회장을 향한 본부간의 충성경쟁이 노골화되어 협업을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제도가 도입된지 3년이 지났지만 조직개편이 성과가 나타났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여론이다.
최근의 결집력 취약의 상당부분은 CP로 대표되는 중간간부들의 역할 부족도 책임이 크다. 현장의 불만과 요구를 사실대로 위선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경영방침과 의지를 현업자들에게 당당하게 피력하는 것이 중간'간부'들의 바른 자세다. 그러나 소신과 애정을 자기고 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간부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연봉직 조합원들의 처우에 관한 불만은 CP들의 무책임에 기인하는 것이 많다. 계약 초기단계에서 처우개선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채 채용하거나 지킬 수 없는 공약(空約)을 해 놓고, 이제 와서 슬그머니 회사쪽으로만 책임을 돌린다는 것이다. 또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만을 초기 단계에서 회사 경영진에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연봉직 조합원들의 처우에 관한 문제가 현재처럼 뜨거운 감자는 되자 않았으리라는 지적도 있다.
EFG평가제도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데에도 중간 간부들의 무소신이 한 몫을 하고 있다 .평가의 속성상 반발과 어려움은 당연히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나름대로 공정한 기준과 객관적 자세로 당당하게 평가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후배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어 선후배순 혹은 교대로 좋은 점수를 주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SBS의 경쟁력 하락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원인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직을 이탈하려는 원심력(遠心力)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본부장제의 수술과 CP들의 제자리 찾기가 선결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작성일:2001-03-06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