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본부의 솔로몬의 지혜(?) '대기자' '특임CP'제는 단지 처방일 듯
현업기자들의 분발에 감춰진 인력난
시스템의 대수술, 지금이 적기
지난 연말 이래 사내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보도본부의 인사문제였다. CP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특파원 교체와 해외연수 만료등으로 귀국하는 CP급 기자들은 여러명이었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월등히 초과했기 때문에 급하게 한 두 자리 더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보도본부는 이 어려운 문제를 무난히 해결했다.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대기자','특임CP'라는 직책을 한 자리씩 늘리면서 어려운 골짜기를 빠져나간 것이다. 인사후 큰 잡음이 없는 걸 보면 보도본부 인사권자의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의 인사가 단기처방이었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갈수록 CP급이 늘어나는데 CP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 명목상의 대기자와 특임 CP자리를 무한정 늘릴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보도본부의 인사는 뉴스의 취약한 경쟁력과 연계시켜서 해결했어야지 단순히 CP급 몇 사람 더 대접하는 차원으로 매듭해서는 안되었을 일이다.
현장에서는 기자들이 인력 부족여건을 감내하며 최선을 다해서 뛰고 있다. 요 몇년새 뉴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건 순전히 현업자들의 피와 땀의 결과다. 그러나 아무리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현장을 누벼도 시스템으로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분발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올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는 SBS 보도본부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피해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인력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참기자가 현업에서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하고, 경쟁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대수술의 적기라는 지적이다. 대기자 제도의 과감한 도입과 함께 출입처 파괴문제도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볼 시점이다. 더 나아가 경력과 인지도에서 자산 가치가 높은 해설위원을 과감하게 현장에 투입해보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젊은 방송에서 조직원들을 조로화(早老化) 시킨다면 모순이다. 사명감 하나로 현업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후배 기자들 보기가 안스럽다면, 내 자리 네 자리 따지지 말고 과감한 개혁에 나서보라. 괴로운 일이지만 경쟁력이 바닥인 지금이 바로 적기다. 작성일:2001-03-06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