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병상을 훌훌 털고 일터로 복귀한 심의팀 안순범 조합원(41)을 만났다. 사경을 헤맸고 오랜 투병 끝이어서 그런지 안 조합원은 머리도 많이 희끗해지고 옛날 그 패기만만한 PD의 모습보다는 많이 쇠약해져 있었으나 가슴 속 열정만은 여전했다.
뇌졸증으로 쓰러진게 언제인가?
99년 11월이고 복직이 지난 2월이니까 1년 3개월쯤 왰다. 아직도 왼쪽 팔과 다리, 얼굴 근육등이 완전 정상이 아니다.
완치는 가능한가?
장담할 수는 없다. 완치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다. 좌우의 균형이 깨지다 보니 신문을 들고 읽는 것도 남들과는 다르다. 덕분에 뱃살은 빠졌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제작 현장에 서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답답하다.
제작현장의 스트레스 때문에 발병했다고도 생각할 만한데, 그래도 돌아가고 싶은가?
나는 PD다. 육체적 통증보다는 PD로서 날개가 꺾였다는 사실이 더 아프다. 병상에 있는 동안 마음을 비우자. 생각을 360도 바꿔보자고 여러 차례 다짐했는데 잘 안되더라. 3-5년 정도 걸린다는데 완전히 회복해 현장에 서고 싶은 마음뿐이다.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가장 고통스러웠을 사람은 아내다. 잘 해주고 싶은데, 요즘도 구박만 나다.(참고로 안PD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내다.)쓰러지기 직전 셋째 아들(아들만 셋)이 태어났다. 이 놈 재롱 덕분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복직하니 아내가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그나마 산재 처리를 받아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동료들도 있다고 들었다. 상대적 특혜를 받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라는 말을 흘려듣지 말았으면한다. 많은 관심 보여준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작성일:2001-03-06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