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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갈무리] (보도국풍경) 시청률! 시청률!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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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1-04-12 01:00:00
조회수
1276
(보도국풍경) 시청률! 시청률! 시청률!


보도본부의 아침은 매우 부산하다. 아침 7시 이전에 출근한 데스크들은 야근 생황 챙기고 신문 읽고, 오늘 사안들을 정리해 편집회의에 참석한다. 8시 반부터 한 시간 가량 계속되는 편집회의, 전날 뉴스를 분석하고 오늘 뉴스의 큰 틀을 짠다. 회의가 끝나면 일선 기자들이 바빠진다. 어떤 아이템이 할당됐는지, 어떻게 취재할 것인지 고민이 시작된다.
그런데 지가들이 본격적인 고민에 나서기 전 반드시 읽어보는 게 있다. 오전 10시쯤 보도본부 사내 전산망 취재 정보란에 오늘 <편집일보>라는 그날 아침 편집회의 내용이다. 국장과 부장들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어제 내가 만든 아이템에 대한 평가가 어땠는지, 오늘의 주요 이슈는 무엇인지를 살피기 위해서다.
회의 내용이 상세하게 - 거의 적나라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행간을 잘 살핀다면 '윗사람의 심기'가 어떤지 가지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편집일보>는 취재정보 아이템 중에서 단연 열독률 1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편집일보>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왜 그럴까. 실제 <편집일보>를 보면서 이유를 알아보자. 3월말 어느 하루의 <편집일보> 앞부분이다.

1.어제 성적은.... 수도권 통합/서울 외각 시청률
SBS 8시 뉴스 9.7 (15) 10.2
KBS-2 뉴스 투데이 7.3 (11)

KBS-1 9시 뉴스 22.2 (29)
MBC 9시 뉴스 데스크 17.8 (23)

(편집팀 보고) 어려움 속에서도 선전했다. 서울 외곽에서 2자릿수가 나왔다. 같은 편성 환경속에서 지난 화요일에는 시청률 7.5%에 그쳤다.
직전 프로그램 시청률이 8.5%였으나 뉴스는 9% 대에서 시작해 횡보하다가 12분대부터 치고 올라갔다. 이영자. 요요 효과조심, 연립 화재. 호텔 화재 등의 아이템에서 봉우리를 이뤘다. 평균 14%였다.

읽어보면 누구나 보도본부 간부들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엄청나게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시청률을 올리는 아이템이 무엇인지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날의 예는 연예인 기사와 사건사고였다.
시청률이 좋으면 기자들은 가지 아이템 덕분이 아니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나빠지면 왠지 위축된다.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야 겠다는 의무감도 솟는다.
매일 아침 이런 일이 반복된다. <편집일보>의 머릿기사는 항상 시청률이다. 이런 일이 몇 달째 반복되고 있다. 기자들이 취재, 제작에 나설 때 제일 먼저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굳이 파블로프의 효과를 들지 않더라도 조합원들께서는 다 알 것으로 짐작된다.) 시청률이다.
사회적 의미가 있는 아이템이라도 '재미'가 없을 경우 웬만하면 덮어버리는 풍조, 선정적이거나 모방범죄의 우려가 있는 아이템이라도 '그림'이 되거나 '재미'가 있으면 밀고 나가는 풍조, 시청률 지상주의의 결과다.
광고로 먹고 사는 민영방송인 이상 시청률 제고는 숙명의 과제다. 뉴스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곁가지가 줄기보다 우선돼서는 안된다.
보도는 시청률보다는 거악(巨惡)에 맞서는 용기, 재미보다는 비판에 주력해야 한다. 한 PD 조합원은 "시청률은 PD들에게 맡기고 기자들은 좀 더 깊이 있는 보도에 주력하는 게 좋을 듯 하다"며 보도본부의 시청률 지상주의에 대해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속담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물론 편집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간부들의 생각을 기자들에게 알리고, 이왕이면 시청률이 잘 나오도록 하자는 취지인 것은 안다. 기자들이 편집회의의 내용을 궁금해하는 이상 <편집일보>의 열독률도 여전히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편집일보>의 내용 가운데 시청률 부분은 그만 빼는게 좋겠다는 것이 대다수 조합원들의 생각이다.
작성일:2001-04-12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