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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보도국은 보도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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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1-04-12 01:00:00
조회수
1255
보도국은 보도공화국


보도본부 김 기자는 요즘 스스로가 평범한 샐러리맨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른 아침 출입처에 나가 기사거리를 찾는 일 외에, 내일 할 일이 뭔지 도는 이번 주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까지 미리 챙겨 컴퓨터로 부장에게 매일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기자한테 '서면보고'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짓이다. 하루 온종일 8시용 리포트나 기획거리 혹은 기사를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후배인 사회부 경찰기자들이 아침마다 컴퓨터에 띄워 올리는 취재 일정르 수년동안 봐왔지만,"사건사고 특이사항 없음"외에는 그야말로 특이한 내용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서면보고'는 아예 안 했으면 하는게 기 기자의 생각이다.
"데스크들이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닐텐데.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일까?"라는 선, 후배 기자들의 말이 나올 때마다 김 기자는 '보고'가 더욱더 하기 싫어진다. 기 기자 주변에는 후배나 선배를 시켜 아무 일정이나 대충 띄어 올리는 기자들도 많다. 특히 국제부나 편집부처럼 내근 부서이거나 특별한 취재 일정이 없는 부서에서는 '서면보고'를 컴퓨터에 올리는 기자는 단 한명도 없다.
보도본부가 이른바 '보도공화국'이 되어 버린 것은 지난 달 초부터, 봄 정기인사 직후 데스크가 일선 기자들의 업무 평가를 위해 취재일정이나 주간일정을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제까지 보도분부 기자들은 이른 아침에 출입처로 출근한 뒤 하루일정을 챙겨 회사에 있는 팀장과 전화통화로 간단하게 보고를 마쳤다. 발생뉴스나 취재 일정이 워낙 많아 일일이 서면으로 보고하기도 어렵고 서면보고가 비 생산적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출입처 일정이 많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8시 리포트나 단신 여부를 알아내기도 쉽지는 않다. 직접 전화해 관계자와 통화해 보거나 현장에 찾아가 확인하다보면 의외로 큰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현장을 뛰는 기자가 더 좋은 기사를 찾는다는 건 기자새회의 불문율이기도 하다.
굳이 서면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팀장이 취재기자가 뭘 취재하는지 알고 있다면, 서면보고할 시간을 아껴 한군데라도 현장을 더 찾아보도록 독려하는 선배가 더 훌륭한 데스크라는 게 김 기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보고'에 대해 반발하는 데스크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컴퓨터만 켜면 후배기자들이 뭘 하고 있는지 일목요원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 탓인지.
아예 '보고양식'까지 만들고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휴일근무까지 시키는 데스크도 있다고 한다.
김 기자는 오늘 우연히 만난 취재원으로부터 특종거리가 될만한 내용을 전해들었다. 추가 취재나 현장확인을 위해 이번 주 내내 여러 군데를 찾아볼 생각이다. 그러나 데스크한테는 '서면보고'를 하지 않았다.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한다"는 옛날 전설 같은 선배들의 이야기가 머리 속을 스쳐갔기 때문이다.
작성일:2001-04-12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