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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상쾌한 작은 승리 파업 CBS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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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1-04-12 01:00:00
조회수
1354
상쾌한 작은 승리 파업 CBS노조


4월 10일(화) 오후 2시 10분, 서울 목동 CBS사옥 5층 사장실 앞 복도에 박수 소리가 울려퍼졌다. CBS 노조원들이 좌우로 틔워준 틈 사이로 건장한 체구의 경호용역회사 직원 10명이 머쓱한 표정으로 줄줄이 물러가는 순간이었다. 사측이 노조의 기를 꺾으려고 적지 않은 보수를 주고 고용한 전문 완력꾼들이다. 이날 낮 12시부터 CBS노조와 언론노조가 현관 앞에서 '권호경 사장과 용역깡패 축출 언론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분노의 열기를 집중한 지 불과 2시간 만의 일이다. 단결의 힘을 거듭 확인하면서 노조원들은 오랜만에 얼굴에 밝은 웃음을 피워올리며 서로 어깨를 두드리고 손을 맞잡았다. 집회에 참석한 여러 언론사 노조 대표들도 연대투쟁의 의미를 새삼 절감했다.
CBS노조 파업투쟁은 지난 해 10월 5일부터 시작돼 낙엽과 폭설의 계절을 지나 꽃의 계절로 넘어오기까지 만 6개월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회사와 재단측은 사태 타결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파행방송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한술 더 떠 회사는 지난 연말, 대화의 상대인 민경중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해고해 불씨에 기름을 붓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보다못해 부장급 간부들까지 노조에 가입해 파업투쟁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와 재단은 그래도 완고하게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있다. 노조는 3월 하순부터 1층 로비에 천막을 치고 집행부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조합원 가운데는 농성과 집해 틈틈이 야간경비근무나 공사장 노동으로, 부인들은 파출부 자리를 얻어 근근히 호구지책을 세우고 있는 와중에, 회사는 4월 6일 저녁, 외부경호회사 요원들을 동원해 노조의 구호 포스터를 뜯고 농성 텐트를 철거하려고 덤벼들기까지 했다. 평화로운 시위집회를 폭력으로 가로막는 작태에 CBS노조와 언노조는 손을 잡고 10일 '권 사장과 용역깡패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CBS목동 사옥 5층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는 굳게 잡겼고 승강기도 서지 않았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4층 중간 옥상과 5층 창가 화단을 통해 철옹성을 뚫고 사장실 앞 복도에 집결하는데 성공했다. "설령 저들이 완력을 쓴다해도 절대로 맞서지 말고, 유리창 하나라도 깨져선 안됩니다."조합 집행부의 당부와 지휘에 남녀 조합원 100여명은 질서정연하게 따라 주었다. 조합원들의 일치단결 자세에 결국 회사는 굴복했다. 정작 큰 돈 써가며 자기 방에 파수꾼을 둔 권 사장은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경호용역업체 사람들이 잃어버린 무전기까지 찾아 건네주며, 신분으로는 같은 노동자인 그들의 등 뒤로 박수를 쳐주는 아량까지 보였다. 평화롭게 작은 승리를 이룬 CBS조합원들은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했다. '정치 목사 사장도 속히 물러가고....CBS가 빛과 소금의 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한마음 한 뜻으로 나선 투쟁에 하나님이 응답하여 주시고, 단식투쟁으로 건강마저 위태로운 민경중 위원장의 머리털끝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하여 주소서...'
다시 현관 앞에 모인 CBS조합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치켜든 팔, 움켜쥔 주먹엔 힘이 있었고, 승리쟁취를 부르짖는 목소리엔 결연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 흐트러짐 없이 일사불란, 바른방송을 하겠다며 똘똘 뭉친 그들의 모습은 활짝 핀 벚꽃보다도 아름다웠다.

CBS집회 현장에서 박수택 위원장
작성일:2001-04-12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