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편성규약 쟁취 투쟁" 회사측 마음대로 사원대표선정, 사실상 노조 배제
노조, 단계적 투쟁 수위 높여 대응키로
방송편성규약과 관련해 회사가 도발을 시작했다. 회사측은 지난 19일 업무연락을 통해 각 본부장에게 방송편성규약 제정을위해 의견을 수렴할 대표자를 선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노조와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보도본부 대표자의 명단까지 벌써 확정했다. 방송법 제 4조 4항에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취재 및 제작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 공표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또 노조는 지난해 각 직능단체로부터 대표성을 이미 위임받아 취재, 제작종사자의 의견을 대신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회사가 노조 몰래 편성규약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은 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회사는 "편성은 물적 인적 자원을 배분하는 경영행위이기 때문에 노조가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뒤늦게 21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편성규약 제정 과정에 노조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조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이 공문도 노조와 '협의해서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만 듣고 회사 입맞대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박수택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노조를 품에 안은 아기 취급을 한다"며 "이제는 웃음을 거둘때가 됐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해 회사측이 편성규약을 만든 뒤 일방적으로 선포해 공영방송의 위상이 추락한 상태다.
현재상태를 방치한다면 SBS도 KBS와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C는 회사측이 자체적으로 안을 취합해서 노조안과 대비해 노사 공동으로 제정하기로 했다. SBS노조는 지난 11일 사장 간담회때 "MBC안이 나오기 전에 노,사합동으로 편성규약 제정 실무준비를 하자"고 제의했으나 회사측이 이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노조는 이에따라 21일 윤영묵 편성팀장에게 △노조를 회사와 대등한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편성규약 회사안을 만드는 것은 환영하며 △회사안을 만들 때 조합원은 배제하라고 공식 통보했다. 이어 이날 저녁 집행부, 공방위 긴급회의를 소집해 회사의 이런 태도에 대해 강력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선 사측에 대해 대표자로 선정된 노조원은 대표참여를 거부하도록 하고(행동지침 참조). 오는 24일까지 회사측의 명확한 입장변화가 없을경우 EFG제도 개선을 비롯한 회사의 모든 정책 사항에 협력을 거부하기로 했다. 또 피켓 시위를 하고, 불공정 보도사례를 모집하는 등 단계적으로 투쟁수위를 높여나가리로 했다.
<조합원 행동지침>
1. 회사측의 편성규약 일방 제정 기도와 관련해 각 부문별 대표자로 통보받은 조합원은 그 사실을 즉각 노동조합에 신고한다.
2. 대표자로 통보받은 조합원은 "노조의 지침에 따라 대표자로서 활동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참여를 거부한다.
3. 대표자로 통보받은 조합원은 편성규약과 관련해 회사측 또는 간부들의 어떠한 진술 요구도 거부한다. 작성일:2001-05-22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