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뉴스'가 다시 몸이 달았다. 발단은 역시 시청률이다. 일일 드라마의 협공만도 버거운 처지에, 뉴스의 연성화를 기치로 내건(?) <뉴스 투데이>의 공세는 여간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데이>는 우리의 적수가 아니라고 믿어왔다. '퀵복서'와 '정통복서'가 같은 링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으로 여겼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편집일보>는 우리의 전략 목표가 수정됐음을 끊임없이 전하고 있다.<뱃살 뻐져다오><지금은 부킹중><아줌마 옷 야해졌다> 같은 <투데이>의 볼거리 집중물에 맞서 각개격파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 뉴스에서 '정보'와 '재미'를 안배하는 균형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과연 새로운 전략목표는 옳은 것인가? 전선의 병사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잇다.'나를 따르라'고 지휘관은 불호령을 내리지만, 얼마 못가 '이 산이 아닌감?'같은 황망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연성 아이템에 전력 투구하는 <투데이>에 대항해 스트레이트성 뉴스와 애매한 화제성 아이템을 섞어 심는 방식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냐는 우려에서이다.
연성화라고도 요약되는 이 전략은 <분당 시청률>의 논리에 힘입고 있다. <이영자의 살빼기>나 <나레이터 모델의 하루>가 가져다 준 소기의 성과가 그 증거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시청률 따지기에 급급해 <시청자 따지기>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투데이>의 시청률을 올려주는 이들은 뉴스가 궁금해서 9시까지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볼거리를 찾아 떠도는 사람들일 뿐이다. 우연히 채널 6을 돌렸다가 <이영자의 살빼기>를 즐겁게 본 연유로 당일 8 뉴스의 1분당 시청률을 올리는데 기여하는 경우다. 그리고 그들은 채널 7로 돌아갈 것이다. 그곳에서는 8 뉴스에서 가끔가다 불쑥 튀어나오는 '무겁고 알듯 모를듯한 뉴스'에 방해 받지 않고 언제든지 즐겁게 뉸요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정작 구애해야 할 시청층은 한시간이라도 빨리 오늘의 세상을 살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뉴스 지향성이 강한 시청자들이 아닌가 싶다. 현실적으로 볼 때 8시대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상당수는 이미 9시대의 오랜 단골들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들을 끌어들이기는 지난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끌어와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지 수치상이 기여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뉴스의 흔들림을 막아주는 힘이 되어줄 수 있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단 사탕만을 물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종합뉴스로서 정보의 포만감'을 주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지난 10년동안 우리가 거듭해온 무수한 실험의 교훈이기도 하다. 이런 큰 틀의 토대 위에, 아이템의 연성화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제작방식의 연성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보가 기자와 언론매체의 독점물이 아닌 이 시대에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뉴스에서 기대하는 것은 몸에 좋은 쓴 것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또 먹기 어려운 것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해주는 능력이 아닐까? 작성일:2001-05-22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