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사원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투자인 연수와 재교육 면에서도 최고를 달린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연수와 재교육에 관한 회사의 관심과 열의 정도는 기구 조직 비교만으로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KBS는 수원에 자체 연수원을 갖추고 있으며 연수 1,2부로 나눠 기획과 집행 업무에 30명을 투입하고 있다. MBC도 지난해부터 인사부문에서 인력개발부를 독립시켜 부장과 부원 합쳐 5명이 연수, 재교육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SBS의 연수 업무는 인사 2팀에서 사원 1명이 다른 업무와 겸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수, 재교육에 대해 회사 차원의 장기 전망이 제시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사정이 이러니 인력에 대한 투자를 매출액과 연동해 일정 비율로 확보하려는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 대한매일은 올 초에 매출액의 0.5%를 연수 재교육에 투자하기로 노사가 합의해 선언했다. MBC도 예산의 0.5%를 인력개발에 고정 투자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KBS, 자체연수원에 기획인력만 30명
신문사들은 인재 육성 면에서 방송을 앞서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94년부터 연수제도를 정비해 해마다 10명의 기자.사원이 현업을 떠나 해외연수에 오르고 있다.
조선일보 전체 사원은 편집국 기자 3백명을 포함해 8백 50명인데, 이 가운데 국내외 대학원 진학까지 포함한 연수-재교육 수혜자는 이미 30%에 이른다. 조선 사주 측은 '소수정예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일당백의 역량을 가져야 하고, 그러자면 사람에게 재투자해야 한다'고 공언하고, 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기자 3백70명을 포함해 6백 20명 규모로 올해 연수 예산은 4억 5천만원이다. 해외 연수자는 7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은 외부 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회사가 엄격하게 후보자를 심사해 추천하고, 7명은 회사 경비로 6~10개월 정도의 주제 및 지역테마 연수로 보낸다. 전문기자와 전문기자 후보가 대학원에 진학하면 학비를 지원한다.
조선, 연구수혜자 30% 넘어
중앙일보의 통상적인 연수, 재교육 업무는 지난 98년에 본사에서 독립한 사외 법인 '중앙 HRD'가 담당하고 있다. 중앙일보 노사는 올해 4월부터 자유 주제의 연수휴가제를 도입해 언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노조가 추천한 2명에 대해 회사가 2개월 유급 휴가를 주고, 노조는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SBS를 비롯해 대다수 언론사의 인력개발에 대한 투자는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 각 분야가 빠르게 전문화되고 있는데 정작 정보 흐름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언론의 전문화 정도느 굼뜨기만 하다. 박영상 교수(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장)는 지난달 신문의 날 기념 '언론인의 전문성' 세미나에서 언론인 재교육을 제도화, 활성화해서 언론의 전문직 영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언론인 개인의 생존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존폐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교육제도 마련과 추진은 언론사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룡 교수(인제대 언론정치학부)는 언론 종사자들의 전문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언론계의 무원칙하고 일방적인 인사관행과 교육 투자에 인색한 사주의 근시안적 경영방침을 지적했다.
그는 인재 개발에 대해 사주의 장기적 안목과 투자의 과감성이 필요하며, 기자 전문화를 위해 충원과 안식년제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햇다.
이렇듯 연수와 재교육 투자를 게을리 하다간 이내 부실한 언론사로 낙인찍히기 십상인 시대가 닥쳤다. 회사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연수 재교육 청사진 확립이 시급하다. 먼저 연수 재교육 수혜 대상자의 폭을 크게 넓혀 대다수 사원들의 소외감을 덜어줘야 한다. 연수 프로그램도 단계별로 다양하게 제시해 업무에 활용함은 물론 사원들의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먼저 인력충원이 이뤄져야
언론재단이나 방송진흥원의 연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예산 부담도 덜고 정보 교류도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연수와 재교육 대상자들은 현업 부담에서 벗어나 배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면 인력 충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긑으로 대학원 진학이나 해외연수가 특전이나 시혜라는 인식을 받지 않도록 지원 자격과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SBS가 '평생직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생직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면에선 부족함이 업는 곳이라는 인식이 화산된다면, 그것만으로도 SBS의 경쟁력은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작성일:2001-05-22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