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본부내 제작인력(작가, 전문 촬영인, FD)과 프로그램 관계자들(진행자, 외주제작, 음악, 효과 등)의 SBS에 대한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발단은, 그들의 생명줄인 바우처(출연료 등 사례증서)가 무려 2달 이상 나오지 않아서다. 그 진앙지는 바로 제작본부 봄 신설 프로그램들이다.
봄개편이 시작돼 방송이 나간지 이미 8주가 넘어섰는데, 아직 '제작기획서가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무려 2달을 3편의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오늘까지도(6월 26일 현재) 어느 누구하나 한푼도 받지 못했다(4월 23일의 봄개편 프로그램 총 6편중 1편은 5월말, 2편은 6월중순, 3편은 6월 26일 오후에나 제작 기획서가 통과됐다). PD나 기획서 심사담당자는 꼬박꼬박 월급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외부 인력들은 카드 빚을 내가며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성의있는 해명과 사과의 말 한마디 없다. 단지 담당PD들만이 함께 일하는 죄로 빚쟁이처럼, 죄인처럼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자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의 원성을 불러내고 있는가? 전산망 종합 OA에 2달 이상 올라 있던 '프로그램 제작 기획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첫째, 제작 기획서 검토가 너무 오래 지연되고 있다. 우선 담당 제작자(PD)들은 제작기획서를 4월말이나 늦어도 5월초에는 올렸다. 결재단계는 최소 7단계, 그런데 전산에 잇는 기획서의 검토, 결재일을 살펴보자. CP나 총괄CP의 결재는 제작기획서를 올린 바로 다음날 이루어졌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유관협조부서에서 검토하고 결재하는데 무려 두 달에 가까운 기간이 걸렸다.
아무리 신중히 한다고 해도 너무 오래 지연된 것 아닌가? 수백 명의 돈줄이 걸린 것. 이왕 검토하는 바에야 좀더 신속히 하기는 정말 불가능할까?
둘째, 제작진이 요구한 예산 규모가 행정 기획팀의 잣대에 맞지 않아 제작기획서 토오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 서로간의 의견 차이에 대한 조율이 이렇듯 오래 걸려야만 할까? '지급 안 한다는 것도 아니고, 적게 주겠다는 것도 아닌데 조금 늦게 주면 어떠냐. 오히려 목돈이 생겨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오해다. 만일 담당자들이 월급을 늦게 준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제작기획서 통과와 별도로 인건비에 대해서는 우선 '가지급'이라도 해서 이렇게 임금을 체불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새 프로그램을 기획, 방송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보수가 몇 달씩 지체되는 상황에서 누가 새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하고, 신명을 다 바쳐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는가? 개편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실추된 SBS의 신의는 어떻게 회복할까? 과연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비난을 누가 책임져야 할까?
'일등 방송','경쟁력을 갖춘 방송사'의 그늘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부인력들은 이몽룡이 변사또 잔치상 앞에서 읊은 시를 되새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금술잔 속 맛좋은 술은 많은 사람의 피요...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하는 소리도 높다... 작성일:2001-06-2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