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근본이념은 인간중심이란다. 이 문구는 회사 곳곳에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그러나, SBS에서 비인간적이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고통받는 인간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 바로 연봉직 사원들이다. 21세기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민영방송에서 여전히 구태의연한 신분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사원들의 근로의욕을 꺾고 회사 내 갈등의 불씨를 점점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저비용 고효울의 희생양
창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회사가 그토록 부르짖는 저비용 고효율의 희생양으로 연봉직 사원들의 대부분은 궂은 일에서부터 주요 프로그램까지 맡은 일을 부끄럽지 않게 해 왔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들은 저임금과 불합리한 제도적 모순과 정신적, 물질적 괴리감 속에서 인내하며 SBS와 함께 10년을 같이 하고 있다.
현재 연봉직 사원들은 호봉직 사원의 절반 임금을 받고 있다. 일을 반만 하는 것도 아니요, 업무 내용이나 실적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이런 상대적 박탈감과 하층 신분의 고통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끝나지 않는다. 노력해도 극복되지 않는다면, 누가 회사를 위해 몸바쳐 일하겠는가?
우리의 임금은 호봉직 후배들에게 절대 비밀
같은 팀에서 일하며 두 배 이상의 임금을 받는 호봉직 후배 사원들은 우리의 임금이 얼마인지 모른다. 아니, 몰라야 한다. 알게 된다면 선배의 자존심은 무너지고 지금의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SBS 사원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근무여건과 임금은 후배들에게 절대 비밀이며, 외부인을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알려질까 두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우리느 어떤 존재인가?
도대체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회사에서 노력한 만큼 이익을 나누기 위해 사원들에게 성과배분제를 실시했지만, 우리의 땀과 희생은 도대체 무엇이었길래 연봉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당해야 하는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결과를 낸다면 공정한 대우를 해 줘야 한다. 차별을 받아야만 한다면,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해 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의이며, 회사가 꼭 해야할 의무일 것이다. 사용은 하고 합당한 대우를 못해주겠다면 큰 반발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노조와 회사가 잊지 말아야 할 일
우리는 이렇게 일하고 싶다. SBS는 분명히 우리 회사이고 그곳에 속해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즐겁게....
얼마 전 노동조합과 회사의 임금협상이 시작되었다. 매년 이 때가 되면, '혹시' 기대를 해 보지만 '역시' 실망을 하곤 했다. '올해는 기대치에 근접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연봉직 사원들은 그 어느 해보다 이번 협상결과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참다못해 숨어서 눈물 흘리는 사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노동조합과 회사는 잊지 말았으면 한다. 작성일:2001-08-29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