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비상이 걸린 가운데 보도본부가 그동안 저조한 휴가 사용 실적에도 불구하고 휴가 명령제는 제대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작본부는 본부장이 휴가 명령제에 과연 관심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잇다. 보도본부를 중심으로 휴가 비상의 이모저모를 살펴 본다.
▶안식월제
회사가 적극 권장했지만 보도본부만 유일하게 시행 단계다. 대부분 40일 이상 휴가가 남은 부장들에게 "무조건 1달의 안식월"을 갖게 한 뒤 남는 휴가는 "온갖 방법을 써서" 소진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부장들은 "허, 이것 참. 갈 데도 없는데..." 하면서도 내심 무척 좋아하고 있다. 사회 1,2부장의 경우, 안식월로도 휴가 소진이 어렵자 매주 금,토요일을 번갈아 가며 쉰다. 이래서 금,토,일요일에는 사회 1,2부장 대신 "통합 사회부장"이 생겼다.
▶각종 휴가 소진 방법
제작본부의 한 드라마 PD가 47일 휴가를 신청해 화재. 24~25일 휴가를 신청한 용기 있는 사원들도 꽤 있다. 이 밖에 전 부원에게 매달 일주일 이상의 휴가를 쓰도록 하거나, 팀별로 알아서 조정하되 전원 휴가 소진 계획을 내도록 한 부서가 대부분, 토요격주 휴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연말까지 넉 달이면 8일을 쓸 수 있기 때문, 방송지원본부, 컨텐츠사업본부가 모범적이다. 인력 운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정감사를 앞 둔 보도본부 정치부는 휴가를 명령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연말까지 출입처 개념은 없다. 모든 출입처에 대비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간부들 눈치 여전
부서장들의 눈치보기는 여전하다. 일부 본부 부서장들은 남은 휴가가 40일이 넘는데도 '어떻게든 모두 사용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휴가 사용에 들어갔으나, 대부분의 부서장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적거리고 있다. 휴가 명령제에 밀려 2~3주씩 휴가를 신청했으나 그렇게 써도 40일 이상 남는 CP들이 부지기수다. 보도본부의 경우 모든 CP들에게 안식월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책임CP(보도국장)만 유일하게 "나는 안 가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져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휴가에 대한 인식 변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장 이하 사원들에게 휴가를 가면서 이제 더 이상 눈치 보지 않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휴가 명령제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다른 언론사들이 몹시 부러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모범 부서, 최악의 부서
휴가 사용 우수 부서는 데이터정보팀(71.2%), 광고영업팀(67.0%)이다. 최악의 부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휴가 사용 문제를 담당하는 인사2팀(25.8%)이다. 인사2팀은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아르바이트라도 뽑아야지, 괜히 충성 경쟁만 부추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교대 근무자 '벙어리 냉가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교대 근무자들은 휴가 명령제로 인해 그야말로 '제 살 뜯어먹기'를 해야 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선 휴가 명령제부터 정착시키자"는 '대세론'에 밀려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내년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작성일:2001-08-29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