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본부의 휴가명령제가 휴가 사용의 기본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본부 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시작은 어느날 공지사항에 떠오른 문건, 올해 테마연수를 다녀온 PD들의 휴가에서 연수 다녀온 한 달씩을 제하겠다는 기안이었다. 쉽게 말해 이미 다녀온 연수를 휴가에서 '까겠다'는 내용이다. 연수가 순식간에 휴가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이 문건은 PD들의 항의성 문의가 이어지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버렸다. 그러나, 이 둔갑술의 망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달말 테마연수를 떠나는 모PD는 한달간 휴가를 올리고 가라는 말을 들었다. 휴가가 많이 남았으니, 그렇게라도소진하라는 것이다. 연수와 휴가도 구분 못하는 그야말로 한심한 처사이다. 더욱이 연수를 휴가로 바꾸는 엄청난 일을 노조에 한마디 귀띔(?)도 없이 감행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며, 부당노동행위이다.
그러나 등골 시린 제작본부 '휴가괴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CP들이 매주 금,토요일에 대거 휴가신청을 올렸는데 대부분 휴가중 근무를 당연히(?) 감수할 각오라는 소문이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에는 휴가중에도 당당히 근무하는 CP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한술 더 떠 한 고위간부가 회의자리에서, '차장급 이상 PD들이라면, 휴가를 내고 걱정이 되서라도 나와서 일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했다는 꽤 근거 있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휴가 명령을 받았는데도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것은 '명령 불복종'에 해당된다.
그런데, 제작본부에서 유난히 휴가문제가 불거져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제작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작본부의 업무 특성상 남은 기간동안 휴가를 다 소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사원수가 163명인 제작본부에서 휴가가 30일이상 남은 사원이 68명에 달한다) 대부분 PD 한두 사람이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상태이기 떄문에, 팀웍으로 일이 이루어지는 타부서들보다는, 휴가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 PD는 "프로그램 망가뜨려가면서 휴가를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휴가 갈 여건도 마련 해 주지 않으면서, 휴가 못 간 책임을 PD들에게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제작본부의 '휴가괴담'을 불식시킬 수 있는 묘안은 어떤 것일까? 회사가 사원들을 위한 진정한 휴가 대책을 내놔야 할 때이다. 작성일:2001-08-29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