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쟁이 보도국 기자들을 모처럼 하나로 만들었다. 요즘 보도국은 기자들의 역량이 총집결되면서 그 응집력을 확인하고 있다. 응집력의 결과는 매일 나오는 '성적표'가 말해준다. 2자리수 시청률. 보도국이 제 몫(?)을 다하면서 공중파 방송 3사 가운데 전체 시청률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요즘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량감을 주는 일이다. 전쟁이란 소재가 뉴스 시청률을 끌어올린 주 요인임은 분명하다. 전쟁의 이해 당사자가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한동안 잊혀졌던 뉴스 가치를 새삼 되새기는 것 같다. 그러나 이쯤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 있다. 혹시 우리 뉴스의 전쟁 보도가 지나치게 현상만을 좇는 것은 아닌지.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일련의 보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가 꽤 있다. 예컨데 이런 것들이다.
"SBS의 전쟁 보도는 마치 미국의 방송을 보는 것 같다." " 미국의 사이비 애국주의, 즉 쇼비니즘을 여과없이 그대로 전하고 있다." "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면에 다른 노림수는 없는가" "미국과 아랍이 왜 반목하는지, 이번 테러의 배경에 미국의 귀책 사유는 없는지" 등등.
매체의 특성상 방송은 신문보다 분석의 깊이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방송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방송 뉴스에 거는 기대를 감안할 때 이젠 방송도 한 단계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신들은 전쟁의 주체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 대상일 뿐인데, 우리가 미국보다 더 흥분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뉴스를 사랑하는 식자층의 충고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이번 전쟁을 주도하는 미국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전쟁 보도와 관련해서 한 마디 더 붙이자면 흥미 위주의 소재거리로 괜히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보도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나도는 이야기가 뉴스의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전쟁을 다루면서 재미를 찾는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보도국이 진가를 발휘하는 상황에서 딴죽을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높은 전쟁 시청률에 현혹돼 지금의 보도가 정도인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감각적인 그림 위주의 뉴스들로 법석을 피우기 보다는 차분하게 사태의 원인과 배경을 짚어보고 예측가능한 전망까지 제시해서 시청자들의 식견을 한 층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방송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울여야 할 노력이다. 작성일:2001-09-2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