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창립 10년이 넘으면서 여성 사원들의 육아 문제가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도본부의 한 여성 조합원은 육아 부담 때문에 부서를 옮겼고, 아트텍의 한 여성 조합원은 아이가 엄마 얼굴을 몰라본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남성의 가사 분담률이 높은 젊은층의 경우 육아 문제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는 남성 조합원들도 늘고 있다.
육아 문제를 가장 쉽게, 가장 좋게 해결하는 방법은 이미 대기업들에게서는 보편화 과정을 밟고 있는 직장 내 탁아방이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회사측에 탁아방 설치를 직, 간접적으로 촉구해왔으나, 아직까지 반응이 없다.
노조는 이에 따라 탁아방 설치 문제를 고론화하기로 하고 설문조사등 사내 여론 조성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회사 창립 10년이 넘고 보나 당시 팔팔했던 20대 초반의 여사원들이 이제 거의 다 아이엄마가 되었다. 여사원들을 '꽃'으로 생각하는 일부 고루한 남성 사원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결코 반가운 소식일 리 없겠지만 아기의 탄생은 신이 내린 최고의 축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대부분 여사원들은 육아의 어려움에 당면하게 된다.
아주머니를 고용하는 경우, 칭얼대는 아이를 과연 애정으로 보살펴 줄 것인가로 늘 불안하다. 한 예로 타 방송사의 어느 아나운서는 출연할 옷을 가지러 갑자기 집에 들어갔다가, 까무러치듯 우는 아이를 내팽개친 채 곯아덜어진 아주머니를 보고, 바로 그날, 사표를 냈다고 한다.
고용비용도 문제다. 100만원이 넘는 월급외에 때마다 선물도 챙겨야 한다. 상전 아닌 상전을 모셔야 하는 고통이다. 게다가 아기가 자신을 잘 따른다는 점을 무기삼아 돈을 올려 달라고 협박을 하는 아주머니도 있으니... 시댁이나 친정어른이 아이를 돌봐주는 경우는 이보다는 좋은 여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나름대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연로하신 분에게 육아로 인해 시간을 빼앗고 수고를 끼치는 불효를 감수해야 하고, 어른들의 뜻 앞에 엄마의 육아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시골 시댁에 큰 아이를 맡긴 A사우의 경우, 한평생 이를 닦지 않은 증조 할머니가 아이의 입에 뽀뽀를 할 때면 가슴이 다 타들어간다고 한다. 게다가 아이가 늘 더러운 옷을 입고 있어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해졌다고 마냥 걱정이다.
B사우의 경우, 아이를 보기 위해 매일 친정으로 퇴근을 하는데, 아이와 밤 늦게까지 놀아주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 강행군으로 고생이 말이 아니다. 이밖에도 시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주무시겟다고 우기는 C사우의 경우도 마음 고생은 이마찬가지인데, 며느리가 직장 다니느라 고생한다며 마음 써주시는 거지만 아기와 정을 나눌 시간이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가까이는 KBS가 탁아소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은 탁아소를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있다. SBS 사원들의 자녀들이 늘어가는 속도를 생각할 때 탁아소 설립은 당면한 과제다.
직장 탁아시설은 여성계는 물론 여성부와 보건복지부, 노동부가 함께 권장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육아로 고민하는 많은 사원들의 고충도 풀어주고 국가시책에도 부응하는 탁아시설, 회사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한다. 작성일:2001-09-2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