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해 노사가 합의해 도입했던 휴가명령제가 회사측의 현실을 무시한 무리수 때문에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근무 여건상 도저히 휴가를 갈 수 없는 상황인데도 본부장과 간부(CP)들이 이런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제로 휴가 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휴가 기간 중 회사에 나와서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작 본부에서 특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주 한 프로그램 씩을 맡고 있는 PD들의 경우 한 주의 절반은 야외촬영, 다른 절반은 스튜디오 촬영, 편집에 주력해야 하는데도, 제작본부장은 이달 초 "무조건 휴가를 소진하라"는 휴가 명령을 내렸으며, 각 CP들은 항의 한 마디 못하고 이 명령을 조합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이에따라 근무가 불가피한 점을 뻔히 알면서도 매주 월화수, 또는 목금토요일에 휴가를 가겠다고 신청을 하고, 휴가 때 회사에 나와 일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CP들 역시 "무조건 휴가 소진"명령에 따라 대부분이 매주 금, 토요일에 휴가를 가는 것으로 휴가 신청을 했으나, 예외없이 회사로 나와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휴가를 신청하고도 근무를 한 조합원들은 "휴가 명령을 어기고 휴가 중 근무했다"고 할 수도 없어 시간외 근무 수당도 신청하지 못해 피해를 이중 삼중으로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호봉직 사원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은 연봉직 조합원들은 휴가 명령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노조는 이에 따라 긴급 집행부회의와 간담회를 열고 "회사에 나와 근무할 수 밖에 없음을 알고도 휴가 명령을 내리고, 또 휴가 중 근무를 조장한 행위는 노동자의 휴가권을 박탈하거나 연월차 수당을 가로챈 행위라는 결론을 내리고 강력 대응키로 했다. 또 회사측에 긴급 노사협의회 개최를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측에 △현실을 무시한 휴가 명령 즉각 철회 △근무한 날의 휴가 신청은 원상회복 △올해 안에 소진이 불가능한 휴가명령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도 남은 휴가를 올해 안에 모두 쓴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미사용 휴가에 대한 수당 보상, 또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로 했다.
특히 처음부터 휴가 소진이 불가능한 점을 알았지만 "휴가는 모두 쓴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휴가명령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교대 근무자들에 대해서도 이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할 계획이다.
노조는 휴가 명령과 관련한 간부들의 잘못된 행태들이 고쳐지지 않을 경우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작성일:2001-10-25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