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IMF이후 악화된 제작 여건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제작비 삭감으로 인해 몸으로 때워야 하는 제작진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로 인해 SBS위상에 적신호가 걸렸다. 이를 긴급진단했다.
SBS기자,PD들은 오후 12시 반에 촬영을 나가야 한다. 만약 촬영중 점심시간이 걸리면 난처해진다. 점심값 때문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점심값 관행 때문에 제작자들이 하루 온종일 촬영을 해야하는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낮12시가 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제작비에 포함된 진행비가 아예 지급이 되지 않거나 거의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깎였기 때문이다.
97년 대비 30%~40% 감소
현재 제작비는 97년 대비 전 프로그램이 30~40%가 사감됐다. 97년에는 세트. 조명, 차량, 카메라 비용 등의 간접비용이 제작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제작비로 포함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삭감폭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예능국의 이상훈 PD는 프로그램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삭감으로 방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새로운 포맷으로 바꾸고 싶어도 현재의 제작비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경영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면 방송의 질을 높이는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탄력적인 예산적용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했다.
외주 협찬 잡음이어져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제작현장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고 한다. 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프로덕션은 지방촬영을 마치고 돌아올 때 휴게소에 한번도 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팀에게 나오는 출장경비가 너무 적어 음료수 값조차 없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꼭지마다 줄어든 제작비 때문에 무리하게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프로의 경우 해외 6mm VJ꼭지에 배당된 제작비는 100만원-항공요금도 안 되는 금액이다.
그러다 보니 협찬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하다. 심하게 말하면 외주업체가 SBS를 팔고 구걸하는 셈이다. 이 부분은 SBS의 위상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투자하는 시스템 갖춰야
제작비 삭감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로는 아침프로. 평일 출발 모닝 와이드 1회 제작비는 7백 50만원. 97년 1천 66만원이던 것이 98년 들어서 7백만원으로 줄었다가 올 6월무터 겨우 50만원이 늘어났다. 간접비용이 제작비에 포함되면서 조명과 외부용역비용을 파격적으로 줄였다. 한 예로 외부장비 대여료를 과거 1백10만원에서 현재 10만원으로 줄여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 장광호 PD는 제작비에 있었던 거품을 걷어낸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이 프로는 여의도 공원에서 방송을 한다. 시청자들에게 반응이 좋지만 스튜디오 방송보다 1회당 100만원이 추가되는 비용 때문에 야외 방송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회사가 주장하는 손익노리에 맞춰보면 어쩔수 없는 것이지만 이 프로그램이 SBS의 스테이션 이미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따져보면 손익논리를 비교 할 수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평가다.
예능 프로들도 97년 수준으로 제작비 회복이 절실하다.
민영방송의 장점을 살리고 수준 높은 쇼 오락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과 아이디어 발굴이 우선하는데 현재의 제작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요즘 SBS의 프로들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뉴스와 시사간판프로 쇼 오락 프로 등 전반적인 현상이다. 회사경영도 좋다. 좋은 방송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SBS의 사명이다. 남는 만큼 과감히 투자하는 바람직한 경영시스템이 하루빨리 갖춰져야 할 것이다. 작성일:1999-06-25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