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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창간사) 누워서 침을 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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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1999-06-25 01:00:00
조회수
2161
(창간사) 누워서 침을 뱉자!


지저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제 누워서 침을 뱉어보자. 우리들 얼굴이 더러워지고 인상이 구겨질지라도 침 뱉는 걸 두려워 말자.
우린 우리를 가꾸는데만 너무 익숙해 있다. 흠집은 가리고 밉게 보이는 부분은 화장을 해서 곧잘 곱게 고친다. 직업윤리상 말쑥하고 근엄하고 좀 귀티나게 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끼리 솔직한걸 요구해도 화를 낸다. 그러니 우리 얼굴에 침뱉는 일을 아예 하지 않는다.
하지만 꾸미고 가꾸는데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잘못을 들추어 내는데 인색하지 말자. 우리의 추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갖자.
SBS가 개국한 뒤 9년 동안 우리 자신의 잘못을 질책하는데 너무 인색했다. 어지간한 결함은 개국초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사(日常事)로 치부했다. 경영진의 전횡이나 간부들의 부당한 처사에 그냥 눈을 감았다. 조직이 살기 위해서는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신문기사에서 SBS를 무차별적으로 난타해도 우린 침묵했다. 심지어 타 방송에서조차 업신여겨도 입을 다물었다. 사실 우린 자신이 없었다. 뉴스가 그랬고 드라마가 그랬고 아이들위주의 쇼프로가 그랬기 때문이다.
이제 목소리를 높이자. 청와대의 기사 압력에서부터 화장실의 화장지 불량문제까지 활자화 하자. 조직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경영진, 후배와의 선약을 무시하고 윗사람 술좌석이나 기웃거리는 간부, 약한 사람을 짓밟고 강한 사람한테는 한없이 관대한 동료가 있다면 노보에다 갈겨버리자.
노보가 시둥창처럼 지저분해져도 좋다. 누워서 침을 뱉자. 우리가 뱉지 않으면 남이 우리 얼굴에 침을 뱉을 것이다.

오기현 (노조위원장)
작성일:1999-06-25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