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뉴욕참사 떄, 엄청난 세기의 뉴스 앞에서 모든 스텝들은 동분서주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뉴스에 집중되고 있던 순간. 그 와중에도 몇 분의 전파를 잡아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 광고편집팀의 숨겨진 노고와 이야기들을 취재했다.
한바탕 광고전쟁을 치른 영업팀들이 회사에 들어오는 오후 6시 즈음 편집팀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진다. 어디 광고장사가 마음먹은 데로 되는 일이랴. 광고 한편이라도 더 팔아보려는 영업팀의 귀사가 늦은 날이면 정신이 아찔하다. 방송 시간은 다가오는데...까다로운 광고주들의 소재교체 주문이 전해지면 초침소리가 머리를 날카롭게 찌른다.
특집방송이나 방송사고, 편집을 다 해서 넘긴 광고를 다시 재편집을 해야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떄를 대비해 밤샘근무를 결정했다. 4명의 팀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광고주에 대한 확실한 서비스를 보장하자는 차원이란다.
이 선택은 지난 뉴욕참사 당시 빛을 봤다. 방송3사 중 유일하게 24시간 가동체제를 갖춰 가장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섭섭함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방송이 나가면 광고가 딸리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도 현업인 대접을 못 받는다. 특히 장비구매 요청을 할 때가 그렇다. 또 아주 작은 얘기지만 대선방송 철야근무를 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 있다. 4층 주조까지는 야식을 날라도 바로 앞 불켜진 CM편집실을 그냥 지나친다. 하다못해 숙직실 집기도 본인들이 직접 사 날라야 했으니...이런 섭섭함들을 토로할 시간도 잠시, 그들은 편집기 앞에 앉는다.
이성훈(입사 11년차, 기혼)
지난주에는 집에 들어간 날이 이틀이다. 아내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고 아이들이 기억하는 아빠는 회사와 잠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회사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단지, 이 작은 공간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만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다.
윤길영(입사 6년차, 기혼)
회사와 광고주와의 관계 속에서 맘 고생이 심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기꺼이 견디게 해 주는 것은 회사 매출에 기여했다는 자부심 하나다.
김양현(입사 5년차, 미혼)
크리스마스 이브에 야근을 했다. 결혼 전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호젓한 데이트의 기억이 가물거리는 것을 보면...그러나 기쁘게 일하고 싶다.
이광순(신입사원, 미혼)
여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근무형태를 이야기했더니 부모님의 얼굴빛이 기막힌 표정이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근무하면서 선배들을 존경하게 됐다. 열심히 배워나갈 생각이다. 작성일:2001-12-28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