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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칼럼 - 허윤석] 두 얼굴 미국에 침을 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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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2-03-04 01:00:00
조회수
1312
[칼럼] 두 얼굴 미국에 침을 뱉어라!?


“말도 안됩니다.” “오! 노!” 지난 주 우리 사회를 달군 목소리들이다.
이렇듯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김동성 선수에 대한 편파판정은 단연 제 1의 화두였다. 억울한 실격처리에 국민들의 분노는 들끊었고,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 미국에 대한 반감도 치솟았다. 국내 언론들도 여론을 등에 업고 앞다퉈 이번 판정시비와 이로 인해 불붙은 국민들의 반발을 보도했다. 심지어 한 공중파 방송은 일부 사이트에 올려진 노랫말을 인용해 여과없이 방송했다. “부시는 또라이…”

사실 이번 편파판정 시비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들의 태도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 9.11 테러 이후 애국심 고취에 열을 올렸던 미 언론들은 스포츠란 가장 효율적인 매개체를 통해 ‘패트리어트 게임'에 불을 댕겼다. 진실에 대한 규명보다는 “그레이트 아메리카나, 위대한 미국 영웅 만들기”로 일관했다. 이에 반대하는 외국인과 언론의 목소리는 찡찡댄다고 표현했고, 미국내 인기가 높다는 텔레비젼 토크쇼는 김동성 선수를 개고기와 연관시켜 한국민을 비하해 우리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면서도 미 언론은 한국인의 반미감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자칫 한미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것이 자유와 정의를 외치는 미국 언론의 본 얼굴이다. 자국민과 자국의 이익이란 잣대로 선과 악의 가치를 판단한다.

그러나 지나친 감정의 분출은 카타르시스엔 도움이 될 진 몰라도 현실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기 쉽다. 기우일지는 모르지만, 지나친 반미감정은 자칫 득보다는 실을 초래할 뿐이다. 현실은 미국에 등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인디언들을 학살하고도 세계평화를 외쳐대는 미국 앞에 침을 뱉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동계 올림픽 기간중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좋아하는 미국인이 절반정도에 그친 반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3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한 현실이기는 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으로서 할 말은 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톤을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분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전달하되, 도를 지나친 발언은 보도에 금을 그어야 한다. 적어도 중국과 일본처럼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치졸한 전술일까? 아니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인가?

유대인의 삶의 지혜를 담았다는 탈무드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망치를 빌려주지 않은 이웃이 가위를 빌리러 찾아왔다. 가위를 빌려 주지 않으면 그것은 복수이다. 하지만 “너는 그 때 빌려 주지 않았지만, 나는 빌려주겠어”라고 말하며 빌려주면 그것은 증오라고 한다. 어느 쪽이 진정한 의미의 앙갚음인가?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허윤석 편집위원
작성일:2002-03-04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