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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장기자랑이 스타화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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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2-03-04 01:00:00
조회수
1305
장기자랑이 스타화 전략인가


지난 설 연휴 기간 SBS의 시청률은 내내 1위를 달렸다.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 등 각 분야의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갖춘 결과로 평가된다. 설 연휴 직후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설 특집은 호평을 받았다. 이런 평가를 반영하듯 설 특집은 광고판매 100%를 달성했다.
그러나 옥의 티라고나 할까?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다. 2월 11일(월) 저녁에 방송된 ‘초특급MC총출동'. 연예인과 함께 우리 SBS 소속 아나운서들이 함께 장기자랑 등 대항전을 펼치는 내용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재미를 느꼈을지 모르지만, 우리 SBS 소속원들로서는 저으기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나운서들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진행자이지만, 게스트나 드라마 연기자로 출연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괴이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등장해 춤과 노래를 선사(?)하며, 마치 그 옛날 학창시절에서나 봤을 법한 장기자랑까지 하리라고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진지한 표정으로 뉴스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우리의 아나운서들이….
해당 부서인 아나운서팀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에 앞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뉴스를 담당하는 보도본부 편집팀에는 미리 이런 사실을 알려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일부 당사자들도 썩 내켰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아나운서의 스타화' 라는 전략 차원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부서장이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그 때문에 아나운서들도 지난 해 추석때보다 장기자랑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아나운서의 스타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는지는 의문시된다. 오히려 우리의 아나운서들이 흠집만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프로그램을 맡았던 제작부서 PD는 “편성팀에서 지난 해 추석 때 방송됐던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성과가 좋다며 먼저 제작을 요구해왔다"면서 “이왕 만드는 것 지난 번 보다 낫게 확실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냐"며 시청률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음을 내비쳤다. 편성팀도 “추석 때 평가가 좋아 설 연휴 때 한번 더 편성하고자 했다"며 시청률에 따른 편성기획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나운서들이 시청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스타화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아나운서들이 뉴스만 진행하고, 항상 우아한 옷차림으로 고상한 프로그램만 진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제는 종합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해야 본인도 살고 방송사의 경쟁력도 제고된다. 그러나 SBS 소속 아나운서들은 SBS의 얼굴인 만큼 최소한의 품격은 갖춰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SBS 소속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의 얼굴 아나운서들이 중장기적인 기획없이 급조된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스타화'라는 허울좋은 명분 속에 시청률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작성일:2002-03-04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