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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토마토] 표절시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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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1999-06-25 01:00:00
조회수
2411
[토마토] 표절시비 논란
국내 제작 여건에서는 검증된 아이디어 활용유혹
전략적 투자로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해야

40퍼센트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스페셜 '토마토'와 그 후속드라마인 '해피투게더'에 대한 표절 시비가 있었다. 불과 몇 달전 경쟁사의 한 드라마가 일본의 인기 드라마를 똑같이 베꼈다는 지적으로 조기종영된 뒤의 일이라 주요 일간지에서도 일본의 저작물에 대한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표절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토마토'의 경우, 일본만화 '해피'를 출간한 일본 쇼가쿠간(小學館) 출판사는 '토마토'의 비디오테이프를 시사한 후 법적 대응여부를 확정짓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이에 대해 '토마토'의 연출을 담당한 장기홍 PD는 기본적으로 '토마토'의 신데렐라성 스토리는 여러작품에서 활용해온 주제인만큼 표절과는 절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장PD는 쇼가쿠칸에서 법적문제 제기가 있을 겨우 명예훼손 맞고소로 대응할 방침이다.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표절 시비가 불거진 것이 아주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과 달라진 것은 이미 일본프로그램과 내용과 형식상 유사한 것이 공공연히 방송되고 있고, 그렇게 해서라도 높은 생산성-시청률을 기록할 경우 과정에 관계없이 결과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결국 시청자나 제작자 모두 표절문제를 이제는 그리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방송국은 결과주의 시청률 지상주의 자제의 선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사마다 개편철이 다가오면 일본프로그램을 시사하는 것이 관례화되었다는 비아냥거림마저 일상화된 형편이다.
사실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어디까지가 아이디어의 단순한 원용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명백한 모방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경우 다양한 아이디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기존에 제작된 다른 작품의 내용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 표절시비를 뒤집어쓰게 되는 억울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거 베낀거 아냐하는 혐의를 들이 대기 이전에 분명한 사실은 부족한 시간과 인적 물적자원이라는 제약속에서 단기간에 승부를 내야하는 현재의 국내 방송 제작여건하에서는 이미 결과가 검증된 저작물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이 상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현상만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방송은 질적인 향상보다 양적인 팽창에 주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방송인력에 대한 재투자나 프로그램의 포맷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단가적인 시청률을 통한 광고수입 늘리기에만 급급한 합의가 하나 둘 이뤄지고 있는 지금 언제까지 투자없는 생산만을 강요할 수 있을 것인가.
작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TV프로그램 시장에서 덴마크의 방송사들은 각종 쇼의 포맷을 전략적인 판매 상품으로 내놓았다. 선진국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의 포맷이야말로 비싼 로얄티를 받을 수 있는 황금거위라고 보고 전략적으로 투자한다. 이제는 한국의 방송사들도 장기적인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 제작인력에 대한 투자도 서둘러야 하며 프로그램의 기획에도 시간과 예산면에 충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제작인력 또한 그런 여건 속에서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전력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의 방송 제작진들이 시청률 경쟁에만 사로잡혀 창작자의 양심마저 저버린 파렴치한 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아야 하는가.

박진홍 (편집위원)
작성일:1999-06-25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