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침 보도국 편집회의에서는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8시 뉴스에 2꼭지로 정리해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SBS에 TN소프레스의 여론조사 결과가 전달된 시점은 19일 오후 5시 40분 전후, 이보다 조금 앞서 결과를 전달받은 정치부 기자들은 노무현 고문이 이회창 총재 17.6% 앞서고 있다는 기사를 거의 탈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불방결정이 내려지고 이미 작성이 끝난 여론조사 관련 기사 2개가 삭제됐다.
‘책임 있고 신중한 자세’의
결과는 ‘이미지 실추’ ?
설사 당일 발생한 중요한 두 가지의 정치적 변수, 즉 ‘이회창 총재 기자회견’과 ‘한화갑후보사퇴’가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취재기자가 기사를 통해 여론 조사 결과에 두 가지 변수가 발생하기 이전에 조사된 결과임을 충분히 밝히고 보도할 수도 있었다. 추후 여론조사에서 이번 변수까지 고려하겠다고 한다면 여론조사 결과를 불방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알만한 곳에 다 알려진 SBS의 여론조사 결과는 의혹 투성이의 ‘내부자료’로 남았고 일선의 취재기자들은 ‘SBS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뼈아픈 화살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여론조사 불방직후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간의 격차가 무려 22%로 나타났고, 매일경제 역시 13%라는 지지도 차이를 나타났다. 결국 원칙 없는 불방결정은 다시 한번 선거 정국의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꼴이 됐다. 실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우리 스스로 의심 가는 행동을 해서 우리 뉴스의 신뢰도에 엄청난 악영향을 초래하고 말았다.
보도원칙 필요
불방결정 직후 정치 CP는 19일 밤 취재정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에 책임 있고 신중한 자세로 대처한다는 판단아래 이번 여론조사 내용을 내부자료로만 활용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슈를 선점해 나간다는 방침아래 지속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공방위는 돌발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방한 것이 진정 책임 있고 신중한 자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1년 내내 계속될 선거 정국 속에서 수도 없이 튀어나올 돌발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를 불방 시킬 것인지 의문이다.
앞으로 12월 대선까지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게 될 지도 모를 수많은 정치적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 불방 파동 같은 어처구니없는 판단 착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선거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보도국 구성원과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원칙제정 작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작성일:2002-03-2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