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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勞說] 거꾸로 가는 방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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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2-03-27 01:00:00
조회수
1115



방송가의 앞날이 안개속이다. 굴곡많던 방송위에 새 사령탑이 올라섰지만 여전히 시계는 제로다. 부위원장으로 방송위 파행에 일정부분 책임있는 사람이 새 위원장으로 오른 자체만으로 시비를 거는 일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논점은 새 위원장이 과연 한국방송의 미래를 걸머쥘 역량을 갖고 있는지에 모아져야 합당하다. 방송위원회 위원장은 방송의 소유구조, 운영, 영상산업 재편, 시청자 서비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막중한 사명을 갖는다. 방송의 위상이 이미 제4권부의 역할을 넘어선지 오랜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만큼 방송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은 물론 올곧은 방송철학을 가졌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출발부터 우려를 자아낸다.
강대인 신임 위원장은 지난 1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방송인은 물론 시청자들의 나른한 춘곤증을 화들짝 깨웠다. “장기적으로 현재 85%대인 지상파 방송의 방송시장 점유율을 60%나 그 아래로 내려가도록 지속적인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본다.” 케이블 TV나 위성 TV 사장 정도가 해야할 발언을 4천3백만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최고 방송기구 책임자가 거론했다는데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기존 방송시장에서 기득권을 쥐고있는 지상파 방송으로서 내 몫 챙기자는 속내가 아니다.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 지키기다. 공민영을 떠나 대한민국에서 채널 수를 기술적으로 7개밖에 가질 수 없는 국민 공공재 지상파 방송은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 제공이 가장 큰 책무다. 다양한 국내외 상황변화를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뉴스로 전달하고, 건전한 여가선용의 장으로 양질의 교양. 예능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서 존재이유(Raison d'Etre)를 찾을 수 있다. 전통적이지만 변할 수 없는 진리다.
수백, 수천개의 채널이 가능한 케이블 TV와 위성TV, 제한 없는 인터넷 TV의 뉴미디어(New Media)는 자본의 확대 재생산 도구로 이용되는 산업매체다. 여기에 국가가 개입해선 안된다. 시장의 논리대로 스스로의 자생력으로 굴러가야 제힘을 낸다. 지상파 방송의 틈새를 뉴미디어 스스로의 자본력과 프로그램 제작능력으로 개척해야 외국 뉴미디어들에 대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 국가가 육성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자본의 이익에 봉사해야할 산업매체를 위해 공공재 지상파방송을 희생시킨다는 발상은 용납할 수 없는 시청자 기만행위요, 반국민적인 작태다.
더구나, 외국영상업체의 국내 뉴미디어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지상파 방송 축소와 뉴미디어 시장확대는 결국 외국자본의 국내 뉴미디어 시장 진출만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만다. ‘멀티미디어 다채널시대’라고 지상파 방송 고유의 위상과 역할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국 영상산업이 몰려올수록 국민매체 지상파 방송을 더욱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 방송위원장의 거꾸로 가는 방송철학을 다시 돌아볼 때다.

작성일:2002-03-2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