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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PD의 제작노트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2-03-27 01:00:00
조회수
1064



만만치 않은 문화현상 정리 작업

2001년 12월. 입사한 지 만 1년을 넘기고 오랜만에 특집을 맡게 되었다. 선배가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문화코드 2001>. 평소 문화 현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이기에 흥미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포괄적인 문화 현상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작업은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았다. 우선은 지난 일년간 일어났던 많은 문화 현상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이건 생각보다 쉬었음. 근데 여기서 공통점이나 연관성을 찾아 6일간의 방송 일정에 맞추어 6가지 주제를 뽑아내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고작 이거냐는 말은 사절!

이거랑, 이거랑… 가만 있자 음, 이건 저거랑, 아냐 아냐, 그럼 이게 남고, 이걸 고르면 저게 안되고, 저걸 고르면 이게 빠지게 되잖아. 이건 너무 억지스럽지 않아요? 그럼 이건 따로 묶어야 하나? 으앙∼! 이러기를 일주일.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엄밀히 검토하고서 내린 우리의 결론이란 엽기, 조폭, 한류, B급, 중독, 젠더. 이 여섯 가지였다.
고작 이거냐는 말은 사절. 우리는 성취감에 도취되어 당시에는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았음. 암튼, 주제가 정해지고 나서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6가지 주제 고르느라 일주일이나 허비해서 시간이 촉박해졌던 거다. 각자 맡고 있던 프로그램과 병행하며 특집을 만드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화룡정점, 그 통쾌함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불평도 해 보고, 라디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밤샘 작업 며칠간, 그것도 크리스마스 시즌과 겹치며 아픔은 평소의 몇 배!!여야 했었는데, 돌아보면 그렇게 괴로웠던 것 같지 않다. 너무 딱! 인 배경음악을 골랐을 때의 함성, 그 음악과 멘트가 이뤄내는 조화를 느꼈을 때의 탄성, 화룡점정과도 같은 효과음을 배치시켜 놓고 내뱉었던 우리 자신에게로의 감탄은 우리의 후반 작업을 즐겁게 꾸며주었다. 이런 미세한 부분들을 몰라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따윈 없었다. 그래, 고백하자면 어쩜 우리를(아니 어쩜 나를)위한 것이라고 해 두자. 아니,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그리 두었다고 치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난 한해동안의 문화현상들을 되돌아보았다는 것이고 그것을 보기 좋게, 듣기 좋게 요리해서 제공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현상을 정리하면서
마감한 지난해

어떤 사람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유와 은유를 끌어다가 단 한마디로 문화를 정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의가 수도 없이 많은 것처럼 문화는 단 한마디로는 부족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집을 제작하면서 작년 한해를 돌아볼 수 있었고 다양한 문화 현상들이 사회를 어느 한 흐름으로 이끌면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 사회가 예전 보다 좀더 다양한 가치를 더 많이 인정하게 되고, 빠르게 변한다는 것은 과거에서 현재로 오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문화 산업 종사자의 한사람으로 이러한 변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북받친다. 과연 올바른 방향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겠지만.

김찬웅
‘문화코드 2001’연출
작성일:2002-03-2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