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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갈무리] 준비안된 낮 방송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2-04-30 01:00:00
조회수
1179
준비 안 된 낮 방송,
졸속방송의 피해자는 누구?



방송위원회가 월드컵을 계기로 지상파 TV의 방송시간을 한시적으로 연장 허용함에 따라, 우리 SBS에서도 지난 15일부터 12시에서 오후 4시까지 낮 방송을 갑작스럽게(?) 편성했다. 그에 따라 3개의 프로그램(외주-1, 제작-1, 스포츠-1)이 신설되었고 1개의 프로그램이 재방송으로 정규 편성되고 있다. 프로듀서연합회보에 따르면 SBS는 지난 3월말부터 방송위에 방송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단다. 하지만 실제론 본 방송을 열흘도 채 안 남겨두고 부랴부랴 PD들을 차출하고, 불과 나흘 전에야 편성시간이 확정되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이 짧은 시간에 추진된 것이 사실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관련프로그램의 양적 증가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에서 미리 준비를 안 한 듯한 급작스런 기획과 제작은 일등방송을 지향하는 일류방송사(?) 답지 않은 허술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현재의 제작 및 제작 지원인력이 기존 프로그램을 유지해 나가는 데도 빠듯한 인력인데, 주간 띠 프로그램의 신설로 인력부족이 더 심화되었다. 게다가 제작인력의 경우 실제 제작인력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외부인력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안 그래도 외부인력이 점점 유출되는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수요 팽창은 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로, 공중파 채널에 맞는 품질 수준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제작환경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턱없이 낮은 제작비. 6mm카메라 등 장비와 편집실 부족, 양질의 코너물을 공급해줄 외주제작자 부족, 출연자 부족 등 제작 인프라에 관한 문제점은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지면이 부족하다.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혹은 타 공중파 채널과 경쟁을 전제로, 낮시간대에도 최상의 품질로 SBS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위태위태한 인프라로는 방송이 나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 여파로 타 프로그램의 인프라까지 흔들흔들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시청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 시간대의 제반조건과 시청자의 요구에 맞는 최상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충분한 여건을 주었느냐 하는 것이다. 임시로 편성됐고 광고 단가도 낮으니 대충 ‘때워라’는 분위기는 아닌지. 실제 지금 낮시간대 신설 프로그램의 내용은, 제작팀들이 열악한 환경과 적은 인력으로 분투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재방송에 가깝거나, 타사의 월드컵관련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거나, 타사 혹은 심지어 SBS 내의 프로그램과도 내용이 겹치는 것 일색이다.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시큰둥하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는커녕 인내심만 키우는 모양새가 되었다. 제작팀 또한 그런 면에서 동기부여를 못 느끼는 실정이다.
지금 타 매체와의 경쟁에서 우위 확보니, 광고수익 증대니 하는 거시적인 전략적 논리와 실제 프로그램의 제작 환경과는 너무나도 괴리돼 있다. 그 사이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미시적인 작업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더욱 ‘졸속’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 ‘졸속’의 피해자는 시청자와 광고주와 제작인력 모두이다. 그렇다면 ‘졸속’의 수혜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또 ‘졸속’의 이득은 얼마만큼 큰 것인가? 방송 프로그램이란 ‘탁’치면 ‘억’하고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하려면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것이 시청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작성일:2002-04-30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