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 방식 문제가 사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송업계의 장래를 염려하고, 시청자의 편익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미국식이 아닌 유럽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본사와 뉴스텍 등 SBS 내부 기술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미 2년전 사내 공청회를 가졌지만, 수면 아래에서 미국식 대 유럽식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정부는 디지털 지상파 국내표준을 미국식(ATSC)으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국내 방송기술인들 사이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럽식(DVB)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지난 3월 ‘DTV소비자운동’ 모임을 발족시키고 디지털 방식 변경 움직임에 가세했다.
본사와 뉴스텍, 아트텍 기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SBS 기술인협회는 이처럼 사내외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디지털 방식을 주제로 5월 중순에 공청회를 갖기로 했다. 석정수 기술인협회 회장(송신소)은 “내용을 잘 모르는 기술인들도 많기 때문에 공청회를 통해 양쪽 주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청회 토론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인협회는 공청회 뒤에 기술인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그동안 유럽식을 주장해온 기술인들은 각종 국내외 자료를 수집해, e메일 송부 등 사내 여론조성 작업을 꾸준하게 벌여왔다. “5년전 국내표준을 결정할 당시에 비해 유럽식은 기술적으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미국식은 이동수신 등 기본적인 한계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방식변경 논의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기술인 임원, 간부들은 “이미 결정된 방식을 놓고 뒤늦게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박영수 기술운용팀장은 “일부 기술인들이 디지털 방송 설비 투자에 뒤처진 MBC의 주장만을 믿고 유럽식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공청회를 통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 잘못된 주장들이 많이 걸러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5월 공청회에서 뜨거운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