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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勞說] 본말전도(本末顚倒)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2-04-30 01:00:00
조회수
1262
[勞說] 본말전도(本末顚倒)


戰場에서의 일. 한 부대가 城에 들어앉아 적에게 포위, 고립됐다. 아군의 지원은 難望이고, 적이 지쳐 스스로 물러서지 않는 한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삶을 유지하고, 나아가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城 내의 전 장졸들이 일사분란, 단결하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때 首將은 당연히 휘하의 병사를 자신의 피붙이 같이 보듬어 안는 지휘방책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고립된 城을 공격하는 입장이 돼보자. 우선 병사들이 사기충천하여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높은 성벽까지도 뛰어 넘어야 적을 무찌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병사들은 젖먹던 힘까지 쏟아 부어야 한다. 이 때 首將은 휘하 장졸들에게 적당히 경쟁을 부추겨 개개인의 힘을 극대화 시켜야한다. 자기 목숨조차 초개처럼 버릴 만큼의 成就動機를 준다면 병사들은 눈앞에 펼쳐진 죽음의 戰場이라도 마다 않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 首將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성벽을 오르면서 희생돼 가는 아군의 數이다. 지나친 희생은 오히려 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
굳이 戰場이 아니라도, 인간은 정서적 존재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행동양식이 다양하게 표출된다. 그래서 사람을 부림에 있어서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왔고 그것이 경영학에서 한 분야의 학문으로 자리잡았다.
SBS노사가 작금에 의사절충작업을 벌이고 있는‘新人事評價制度’는 SBS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준비되고 있는 수단이다. 즉, 시청자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고, 타 방송사와의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고, 그에 덧붙여 수익성도 더 높여 명실상부한 일등방송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터닦음인 것이다. 이러한 ‘新人事評價制度’의 기본 목적에 SBS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원칙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헌데 문제는 과연 새로 준비되는 이 제도가 所期의 목적달성에 얼마나 부합되는 기능을 하느냐 이다.
적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위해 준비되는 제도가 오히려 내부의 분란만을 초래한다면 그건 없느니만 못하다. 따라서 ‘新人事評價制度’를 생각함에 있어서 우리가 특히 경계해야 할 점은 敵前分裂하는 소모적인 내부경쟁 촉발이다. 방송은 알다시피 協業이 기본인 종합문화, 언론산업이고, 매체산업 가운데 그 어느 매체보다도 팀?이 중시된다. 부서 내에 정보공유로 시너지효과를 발휘해야 하고, 異 職種 간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앞서야 한다. 따라서 조직의 평균수준에 못 미치는 조직원에 대해 분발을 촉구하는 건 필요하겠지만, 마치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라인 상의 경쟁력 증진처럼, 개인중심의 경쟁력 극대화가 SBS에 유익한 성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부의 지나친 경쟁촉발이 팀?을 해치고 그로 인한 대외경쟁의 손실은 조직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쟁 대상은 동료가 아닌 외부의 여타 방송사나 다른 매체여야 한다. 새 제도가 간과해선 안되는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바야흐로 신록의 5월이다. 지난 겨울 앙상한 가지로 찬바람을 이겨낸 숲의 나무들은 다시 풍성한 초록 잎으로 옷을 걸치고, 갖가지 색깔의 꽃장식으로 벌과 나비를 불러모아 생명의 잔치를 벌인다. 그저 바라만 봐도 꿀 향기가 느껴지는 지금, 5월의 숲을 즐기는 법은 신록의 숲 전체를 보면서 동시에 그 속의 작은 들꽃과 살아 움직이는 생명까지도 느끼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新人事評價制度’역시 신록을 감상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작성일:2002-04-30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