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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갈무리] 한겨레신문사 엿보기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2-05-23 01:00:00
조회수
1091
“잘못된 인사평가 제도는 조직을 깰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겨레신문은 SBS와 마찬가지로 5단계 등급배분 형태의 인사평가제도를 지난 해부터 시행중이다. 노사가 따로 없는 회사인 만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만들어낸 평가제도였음에도 시행 과정에서 숱한 문제점이 드러나 지금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겨레 노조위원장이 인사평가제도 협상이 진행중인 SBS에 교훈이 될만한 조언을 보내왔다.

“절대로 수긍할 수 없습니다”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인사평가 결과를 통보 받은 후 재심을 요구한 한 조합원이 한 말이다.
지난해 한겨레 노사는 10여년째 유명무실했던 인사평가제도를 보완해 시행하기로 했으며, 시행 후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올해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협상을 곧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인사평가제도의 목적은 사원의 능력, 태도, 업적을 공정하게 평가해 처우, 승진 등 공정한 인사관리 자료로 활용하고 조직의 발전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 이런 뜻이 제대로 살아나려면 구성원들이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객관성(과연 사람의 능력과 업적, 심지어 태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과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공정성이라는 게 매우 중요하다.
언론사의 경우 특성상 팀워크가 중요하다. 팀워크가 깨지는 순간 조직은 문제점만 노출할 뿐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평가제도는 이런 팀워크를 깰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부작용은 팀워크가 중시되는 방송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한겨레에서 시행한 인사평가를 보면 여러 문제점이 표출됐다.
먼저 평가항목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평가자의 자의적인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될 여지가 있었다. 이를테면 ‘취재원 관리를 잘하고 있느냐’라는 평가항목이 그런 예이다. ‘취재원 관리’를 잘한다는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서장 및 국·실장들이 평가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평가결과가 구체적인 근거 제시 없이 단순히 등급만 통보돼 평가 대상자들이 충분히 납득하지 못했다. 곧 각 항목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점수가 제시되어 대상자들이 이를 토대로 본인들이 개선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함에도 어떤 항목에서 본인들의 평가가 낮은 지가 전혀 알려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평가 대상자와 상대적으로 원거리 관계에 있는 2차 조정자(국·실장)들이 부서장들의 1차 평가 결과를 어느 정도 범위까지 조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나왔다. 또 상향평가 내용이 부서장들의 인사평가에 반영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던 점도 문제점이었다.
S(최상위)등급과 D(최하위)등급 등 평가등급을 5단계로 지나치게 세분함에 따라 구성원들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의견도 많았으며, 일부에서는 상대평가에 따라 특정등급 몇%식의 의무적인 할당보다 아예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겨레 지부에서는 이런 문제점과 논란을 검토해 현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인사평가제도가 없는 조직이 더 건강한 게 아니냐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만약 개개인의 자발성에만 맡기기에는 조직이 너무 느슨하다는 구성원들의 정서와 합의가 이뤄져 인사평가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여기에 노동조합이 회사쪽의 독선을 견제하고 조정하는 강한 발언권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박상진
언론노조 한겨레신문 지부위원장

작성일:2002-05-23 01:00:00